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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1. 농막 3년차 노동 일기

22년 4월 3일

by 팰럿Pallet 2022. 4. 4.

겨울 동안에..

양평의 겨울은 꽤 길고 깊고 진하다.
아직, 우리는 이 겨울을 잘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도시 물이 많이 들어서, 아직은 어려운 거지..

뭔가 황량해...


거의 3개월을 쉬었다가 3월에서야 농막에 방문했다.
농막과 주변 땅은 아직 툰드라 지대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웃 농막은 활기가 넘쳤다. 다들 겨울에도 계속 방문했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노동 보호자라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노동을 매우 즐긴다.
일주일 동안 사무실과 집 안에서 각자가 해내야 할 일들을 꾸역꾸역 삐질삐질 해 내다보면,
땅이 그립고, 또 땀이 그립다.
그래서 평소에도 아침저녁으로 틈이 나면 동네 산책을 하는 편이다.
노동도 아니지만, 걷다 보면 느껴지는 몸의 기운이 좋다.



4월이 되어서야 이렇게 노동 일기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3월에 겪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지난겨울의 상처가 농막에 또다시 가득했기 때문이다.
고장 난 지하수 모터, 그리고 굳게 얼어버린 물탱크, 터져버린 배관 파이프.
그래도 이번에는 수도, 화장실 동파는 없었다. 이걸 위안이라면 위안으로 삼아야겠지..
대신, 지하수 컨트롤박스가 망가졌고, 모터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장으로 교체가 필요했다.
돈은 또 몇십만 원이 우습게 들어갔고, 한숨 속에서 지갑을 열고 고쳐야 했다.

너무 멀쩡해 보이죠? 하지만..아님..



그래.. 야근 수당 열심히 모았는데, 이렇게 잘 쓰이는구나..
하며 마음을 위로하는 수밖에.
아내도 마음이 씁쓸하긴 하지만, 날 토닥여 준다.

 

겨울에 농막에 가지 않을 생각이세요?

만약, 겨울에 농막에 가지 않을 계획이라면,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하수 펌프모터와 컨트롤박스는 모두 분리해서 별도로 보관하세요
지하수 모터실에 이불을 채워 넣고, 온열기를 틀어놓고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강원도 뺨 때리는 양평이다. 엄청 춥다. 그냥 분리해놓고, 펌프 안에 있는 물도 최대한 빼놓자. 난, 물을 빼놨는데도 아래쪽에 고인 물로 펌프가 또 크랙이 생겼다. 그래서, 올해 겨울에는 아예 분리해서 싣고 집으로 가져올 계획이다.
컨트롤박스는 수중 심정 모터의 전압을 통제해 주는 박스인데, 이 역시 습기가 차면 메인보드가 망가지더라.. 이거 고치거나 교체하는데도 비용이 30만 원이 우습게 들어간다. 이 역시 분리 전에 사진 찍어 두고, 전기선 연결 라인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설치하면 된다.

물탱크실이 있다면 물을 억지로 다 빼진 마세요
겨울에 안 오니까 물을 다 빼놔야지 생각하고, 거의 바닥이 닿을 정도로 물을 빼놨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물이 적으니, 안에 있는 물이 더 꽁꽁 얼어버렸다. 결국 모터나 컨트롤박스는 고쳐도 물탱크가 얼어있으니, 날씨가 따뜻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열선으로 녹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난 그냥, 양평의 봄을 기다렸다.

에어 콤프레셔로 농막 내부 파이프라인의 물을 다 빼세요
오픈마켓에서 5~10만 원 정도면 에어 콤프레셔 정도는 구비가 가능하다. 이걸 할까 말까 하다가 안 했는데, 너무 추우니까 농막 안에 파이프도 고여있던 물에 파열이 일어난다. 농막 업체 쪽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의아하다고 했다. 아마 다른 농막 사용자들도 비슷하실 수도 있다. 근데, 우리 농막은 바람이 타고 내려가는 계곡 지형 쪽에 있다 보니 겨울에 더 춥고 뒤에 나무들로 인해 그늘이 져서 더 꽁꽁 언다. 우리 농막의 예외적인 상황일 수 있지만, 날씨가 많이 추워지면 남의 일이 아닐 것..

22년 봄 노동 시작!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노동을 위한 농막은 다시 오픈했다!
아내는 감자, 상추, 대파, 완두콩부터 심기 시작했다.

완두콩아 잘 자라다오
상추들아 추위 이겨낼 수 있겠니?
겨울을 이겨낸 시금치야, 미안. 곧 뽑나갈게!


나는 뒷산에서 낙엽과 비옥한 흙들을 조금씩 퍼와서 아직 지력이 엉망인 밭을 다시 정비했다.

엄청 고생해서 흙을 채웠는데 티가 안나네...


땅이 막 녹기 시작해서 어떤 곳은 질퍽하고, 어떤 곳은 퍼석하다.
이럴 때 잘 정비를 해 둬야지, 안 그러면 땅이 마를 때 정말 단단해진다.

아직 양평은 겨울을 조금 벗어난 봄이다.

북두칠성 보이나요? 너무 추워서 사진 흔들림


밤은 정말 까맣다. 그래서 북두칠성은 더욱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오늘의 노동

  • 화단 길에 파쇄석 뿌리고 다지기
  • 뒷산에서 낙엽 콘포스트 옮겨오기
  • 잡초 제거하기
  • 농막 창고 정리하기
  • 밭 물길 정비하기
  • 밭 경사 조정하고 돌 정리하기
  • 농막 주변 쓰레기 줍기
  • 나무 해 오기
  • 장작패기
  • 숯 만들고, 숯불 준비하기
  • 타프 설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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