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2. 주말농부의 초보농사6 가을의 텃밭 2020.9.23 이번 주에는 틀밭을 더 늘렸고, 작물에 자동관수 시스템을 만들려고 몇 가지 시도를 했다. 그리고 과실나무들을 새로 심고, 작은 정원도 더 가꾸었다. 앵두나무도 심고, 자두나무도 왕자두와 일반 자두로 2그루를 샀다. 포도나무도 1그루. 바위틈 사이에 자생한 낮달맞이꽃을 옮겨와서 텃밭정원에 심었다. 그리고 각종 국화와 허브류도 더 사서 심었다. 겨울을 날 수 있는 녀석들로만 잘 골랐다. 당근과 무는 정말 잘 자란다. 너무 많으니, 일부 작은 녀석들을 솎아줬다. 솎은 녀석들도 요리도 해 먹고, 김치도 했는데 향도 진하고 너무 맛있었다. 무르익은 가을이 풍경으로 펼쳐진다. 근데, 이 곳. 정말 시골이다. 시골은 저녁도 빨리 오지만, 계절의 변화도 빠르다. 여기 양평은 아직 9월인데도 저녁 6시.. 2022. 4. 8. 가을의 문턱에서 2020.9.14 '가을이구나.' 이 말을 입 안팎으로 내뱉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셔본 사람이 나뿐이겠는가. 달력을 보니, 지난 월요일이 '백로(白露)'였다. '백로'는 절기상 처서와 추분 사이에 있는 시기다. 한자를 그대로 풀면 '흰 이슬'. 의역하자면, 이슬이 맺히는 시기. 보통 이 시기가 지나면 태풍이 가고 완연한 '가을'로 들어선다. (조상님들이 만든 이 24절기는 정말 신기하기도 하다. 지구가 이렇게 아파도 절기는 참 잘 들어맞는다.) 한 주 사이에 배추와 무는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신기한 건 배추 같은 경우, 물이 많이 고인 쪽의 배추는 덜 자랐다. 배수가 잘 되어야 배추는 잘 자라는 것인가. 찾아보니 그렇다. 배추는 배수가 중요하다. 배추=배수 아내는 더 추워지기 전에 마늘, 양파 .. 2022. 4. 8. 장마가 지나간 자리의 텃밭 2020.8.30 고슬고슬 잘 마른 옷과 부들부들한 수건들이 거실 한 켠에 쏟아져 있다. 여름이라, 건조기를 더 자주 사용할 수 밖엔 없는데, 건조기에서 쏟아져 나온 옷들은 갓 한 빵처럼 따뜻하고 고슬거린다. 아내가 꺼내놓은 옷과 수건을 하나씩 개다 보면 우리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 낡아서 너울거리고 있는 티셔츠의 목과 팔. 티셔츠 한쪽 구석에 생긴 작은 땜빵. 얇을 대로 얇아진 오래된 수건. 닳아서 스타킹이 되어가는 양말 한 짝. 새 옷, 새 수건이라고는 잘 찾아보기도 힘든 빨래 더미를 하나씩 개키며 정리하다 보니, '참. 억척스럽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그래서 우리가 이만큼 일궈낸 거지'하는 생각이 서로 쓰담 쓰담해 주고 있다. 그런 우리 부부가 알지도 못하는 양평이라는 동네에 땅을 마련하여.. 2022. 4. 5. 장마 속의 텃밭 걱정 2020.8.13 무서운 비와 오프라인 CCTV 지난주에는 비도 너무 많이 왔고, 개인적인 일정도 있어서 농막을 가보질 못했다. 1년에 4번만 충전하면 된다던 CCTV는 배터리 방전으로 오프라인 상태가 되었다. 아마도 잦은 비로 인해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자주 작동하면서 배터리 소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아, 슬프다. 매일 볼 수 있던 CCTV를 못 보니,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뿐인가, 양평 커뮤니티와 뉴스를 통해 양평 소식을 들을 때마다 걱정이 앞섰다. 물어 난 물과 무너진 제방. 쓰러진 나무들을 보며, 혹시 우리 농막도 뒷산의 나무가 쓰러져서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닐지, 얼마 안 되는 농작물이 엉망이 되어 있진 않을지 좌불안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잠깐이라도 다녀와봐 마음이 급해진 나는 .. 2022. 4. 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