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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2. 주말농부의 초보농사

가을의 문턱에서

by 팰럿Pallet 2022. 4. 8.

2020.9.14

꽃처럼 화사한 가을 녘의 논

'가을이구나.'

 

이 말을 입 안팎으로 내뱉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셔본 사람이 나뿐이겠는가.

 

달력을 보니, 지난 월요일이 '백로(白露)'였다.

'백로'는 절기상 처서와 추분 사이에 있는 시기다. 한자를 그대로 풀면 '흰 이슬'.

의역하자면, 이슬이 맺히는 시기. 보통 이 시기가 지나면 태풍이 고 완연한 '가을'로 들어선다. 

(조상님들이 만든 이 24절기는 정말 신기하기도 하다. 지구가 이렇게 아파도 절기는 참 잘 들어맞는다.)


한 주 사이에 배추와 무는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신기한 건 배추 같은 경우, 물이 많이 고인 쪽의 배추는 덜 자랐다.

배수가 잘 되어야 배추는 잘 자라는 것인가.

찾아보니 그렇다. 배추는 배수가 중요하다. 배추=배수

배추와 무가 무럭무럭 자란다

 

 

 

텃밭을 보면 벌써 배가 부르고, 김장 다 한 것 같다

아내는 더 추워지기 전에 마늘, 양파 등을 심을 계획을 정리한다. 

무서운 여자. 오늘처럼 허리가 꼽추가 되게 노동을 했으면, 한 주 정도는 여유를 부릴 만도 한데, 노동에 중독된 게 아닐까. 

그리고 텃밭과 뒷마당에 심을 나무들도 챙겨본다.

이제 비가 덜 내릴 테니, 자동 관수 체계도 갖춰야 하고 더 추워지기 전에 대문도 만들어야겠다.

할 일은 항상 많다.

만들어서 할 일도 많고, 만들지 않아도 보이는 일은 참 많다.

 

여유로운 건 농막 안의 선인장과 딸내미

시골에서의 삶이란 그런 것 같다.

눈 앞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가만히 있어도 평안할 수 있고,

끊임없이 분주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하지만, 어떤 쪽이어도 상관없다.

생업으로 하는 농사가 아니라면 즐기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니까.

 

그 마음을 또 잘 싸들고, 집에 돌아왔다.

도시에서는 잘 가지지 못할 '마음' 잘 싸매서 또 이번 한 주도 힘내 보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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