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9.14
'가을이구나.'
이 말을 입 안팎으로 내뱉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셔본 사람이 나뿐이겠는가.
달력을 보니, 지난 월요일이 '백로(白露)'였다.
'백로'는 절기상 처서와 추분 사이에 있는 시기다. 한자를 그대로 풀면 '흰 이슬'.
의역하자면, 이슬이 맺히는 시기. 보통 이 시기가 지나면 태풍이 가고 완연한 '가을'로 들어선다.
(조상님들이 만든 이 24절기는 정말 신기하기도 하다. 지구가 이렇게 아파도 절기는 참 잘 들어맞는다.)
한 주 사이에 배추와 무는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신기한 건 배추 같은 경우, 물이 많이 고인 쪽의 배추는 덜 자랐다.
배수가 잘 되어야 배추는 잘 자라는 것인가.
찾아보니 그렇다. 배추는 배수가 중요하다. 배추=배수
아내는 더 추워지기 전에 마늘, 양파 등을 심을 계획을 정리한다.
무서운 여자. 오늘처럼 허리가 꼽추가 되게 노동을 했으면, 한 주 정도는 여유를 부릴 만도 한데, 노동에 중독된 게 아닐까.
그리고 텃밭과 뒷마당에 심을 나무들도 챙겨본다.
이제 비가 덜 내릴 테니, 자동 관수 체계도 갖춰야 하고 더 추워지기 전에 대문도 만들어야겠다.
할 일은 항상 많다.
만들어서 할 일도 많고, 만들지 않아도 보이는 일은 참 많다.
시골에서의 삶이란 그런 것 같다.
눈 앞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가만히 있어도 평안할 수 있고,
끊임없이 분주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하지만, 어떤 쪽이어도 상관없다.
생업으로 하는 농사가 아니라면 즐기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니까.
그 마음을 또 잘 싸들고, 집에 돌아왔다.
도시에서는 잘 가지지 못할 '마음' 잘 싸매서 또 이번 한 주도 힘내 보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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