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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2. 주말농부의 초보농사

늦은 파종. 그리고 장마

by 팰럿Pallet 2022. 4. 4.

사방지가 고마워

한 주 동안 농막에 방문하지 못하고 지난주에는 다녀왔다.

가는 길의 라디오 뉴스도 온통 비 소식에 대한 피해와 경고에 대한 메시지로 가득했다..

양평이라고 그 피해를 피해 가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다른 지역의 무서운 비보다는 나았던 것 같다. 

비가 특히나 많았던 지난 주말.

우리 땅을 거의 1/5이나 차지하고 있던 사방지가 이번엔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산의 골짜기와 경사를 흘러 내려오는 엄청난 빗물들이 토지로 직접 유입되지 않고 사방지로 콸콸콸 빠져 내려갔다.

평소에는 물에 'ㅁ'자도 볼 수 없고, 온통 개망초와 잡풀로 가득 찬 곳인데, 비가 많이 오니 계곡처럼 물이 흘렀다.

'사방지'란, 여름 장마철에 산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산림청장이 지정한 일종의 구거(물길)를 말합니다.

집이나 토지가 이렇게 산줄기를 타고 형성되어 있을 때는 사방지나 구거를 무시할게 아니구나.

 

계속되는 비 소식에 우리 밭은?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씨를 뿌렸던 비트와 오이, 당근은 싹을 틔웠고, 잘 누워있던 대파들도 일어서서 쑥쑥 자라고 있었다. 

오이, 당근, 비트 씨앗이 싹트고 있다
 
 
당당하게 일어선 대파 주니어들

작물도 잘 자랐지만, 잡초는 더 잘 자란다. 주변에 잡초만 조금 뽑았는데도 포대로 하나 가득히 나온다.

오후엔 농협에서 우분을 좀 사 왔다. 우분은 상토와 잘 섞어서 작물이 자라는 위쪽으로 잘 뿌려주고 섞어줬다.

뿌려주고 나니 발효된 우분의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질거렸는데, 그 뒤에 또다시 내리치던 비가 한바탕 지나가고 나니 냄새도 말끔히 사라졌다.

 

정원을 꾸민다고 심어두었던 꽃들도 달맞이꽃을 제외하고는 모두 더 자라거나, 튼튼하게 자기의 자리를 잡는 모습들이다.

 


도시에서도 어찌 보면 마찬가지겠지만, 더운 것보다 습하고 비 오는 게 확실히 견디기 어렵다.

비가 계속되니, 농막 안은 덥고 습하다. 우리 농막은 창을 넓게 뚫지 않아서 해가 쨍쨍할 때는 시원한 편이지만 이렇게 비가 계속되니 습하고 더운기운이 잘 빠지진 않았다.

다른 집들은 에어컨을 설치하기도 했는데, 시골의 자연스러운 삶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어 만든 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한 다는 게 내키진 않아서 선풍기로만 대체하고 있다. 

 

고맙게도, 아내도 딸도 에어컨보다는 선풍기의 바람을 좋아하고, 그러다가 농막 밖으로 나와서 느끼는 자연의 바람을 더욱 사랑한다. 

힘든 계절이고, 힘든 시기이다.

앞으로 이 힘든 시기가 또 얼마나 계속될지 알기 어렵다.

지구는 여전히 계속 아파하고 있고, 그 피해는 우리와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직접 겪고 있다. 

 

아내가 말했다.

"내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분리수거를 하고, 쓰레기를 덜 만들고, 재활용하고, 아끼는 것 아니겠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좋은 일을 한다.

아직은 소극적으로 이 정도만 하지만 조금씩 지구와 초록을 위해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키워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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