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첫번째 이야기/1. 주말농막 시작하기

#9. 지하수 관정 파기

by 팰럿Pallet 2022. 3. 29.

2020.3.29

지하수 관정. 그리고 모터는 어떤 모터가 좋을까?


개발행위허가받는데만 몰두하다 보니, 잡아놓았던 체크리스트 중에 할 수 있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놓치고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지하수 관정 파기였다.

 

지하수 관정을 꼭 파야 하나?

그건 지역마다 다르다. 아마, 농막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이 대답을 꽤 자주 들었으리라 생각된다.

근데, 실제로 그렇다. 지역마다 다르고 상수도의 경우 수도사업소에 문의해서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의 경우 용수가 부족하므로, 상수도가 주변에 있더라도 농막에 인입하는 수도는 상수도를 불허하는 곳도 있으며,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상수도가 가능하더라도 아주 근접거리에 있지 않다면, 연결하는 비용이 너무 커서 아마 지하수를 파게 될 것이다. 

나의 경우는 마을과는 다소 외진 땅이었기에 주변에 상수도나 마을 상수도가 없었다. 그래서 지하수를 파야 했다.

 

지하수는 이해 편의상 파는 깊이에 따라 소공, 중공, 대공으로 나뉜다. 

소공은 30미터 정도 밑으로 파서 수맥을 찾는 것인데, 비용이 저렴하지만 농업용 용수 외에는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가물게 될 경우 물의 양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음용하기 위한 지하수를 파기 위해서는 보통은 대공을 한다. 

대공은 100미터 정도를 파 들어가서 지하수를 파 올리는 것이고, 중공은 한 70미터까지 파 들어가는 수준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나중에라도 주택을 지을 생각이라면, 끌어올릴 수 있는 물의 양도 많고, 안정적인 대공이 좋겠다. 물론 중공으로도 물이 나오는 지역이라면 비용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으니, 이 역시 스스로 잘 알아봐야 할 것이다.


지하수를 일단 팠는데, 물의 양이 적으면?

지하수는 내가 소공 파겠다, 중공 파겠다로 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30미터 팠는데 물이 안 나오면 70미터를 파야 할 것이고, 70미터를 파도 물이 찔금 찔금 나오면 100미터 넘게 파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파고 파서 물이 나오면 다행. 물이 아예 안 나오면 정말 난감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매매 계약할 때 주변에 이미 지하수를 파고 있는지, 상수도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꼭 확인하길 바란다.

 

지하수를 잘 팠는데, 물이 생각보다 적게 나온다면 물탱크를 설치해야 한다. 

물이 필요한 시점에 일정한 수압으로 사용하려면 어쩔 수 없다.

물탱크 이야기가 나왔으니, 지하수가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아는 수준에서 설명을 해 보겠다.

 

01. 기계식 모터와 물탱크

이 방식은 심정모터와 펌프가 필요한 방식이다. 농막이나 농막 야외 수돗가에서 사용하는 수도를 틀 때, 물이 뿜어져 나오게 하는 일반적인 '지하수 펌프'가 하나이고, 저 지하 밑에 물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수중 심정모터'가 나머지 하나이다.

수도를 틀면, 지하수 펌프가 연결된 물탱크에서 물이 나오는 방식이다. 물탱크 안에는 수위센서가 있다. 물탱크 내의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 저 밑에 설치되어 있는 심정 모터가 돌면서 지하수를 끌어올리고 다시 물탱크에 채우게 된다. 

이때 심정 모터는 기계식인데, 기계식 모터는 물의 압력을 스스로 모르니 돌기 시작할 때와 멈출 때 항상 세게 돈다. 그러다 보니 오래 사용하다 보면 펌프와 모터 사이에 맞물려 있던 기어가 점점 마모된다. 즉, 기어의 교체 주기가 짧다. 그리고 돌 때도 세게 돌다 보니 전기세도 인버터에 비해 더 지출될 수밖에 없다. 물탱크는 물때가 낄 수밖에 없으니, 주기적으로 청소도 해 줘야 하고 물탱크 안의 수위센서도 고장 나면 탱크 밖으로 물이 넘치거나 물이 채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단점이 참 많네.. 장점은 충분히 물을 미리 채워두므로, 물이 가물때도 나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 모터 비용이 인버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 (하지만, 한 2년 써보니 이게 저렴하다고 볼 수 만은 없다. 생각보다 잔고장이 좀 있고, 겨울철에 농막에 방문하지 않을 경우 가장 많은 고장을 일으키는 녀석이 이 녀석이다.)

 

02. 인버터 모터

이와 반대로, 나오는 지하수 양이 넉넉하다면 보통은 인버터 모터를 설치한다. (지하수 양이 적어도 설치는 가능하겠지만, 사용하고 싶은 만큼의 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보장하긴 어렵다)

인버터 모터는 수도를 사용할 때만 작동하며, 수압을 기준으로 모터가 속도를 조절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식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모터가 받는 충격도 적다. 그러니 전기세도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다. 수도꼭지를 여러 곳에서 동시에 틀더라도 인버터가 이를 인지하여 펌프의 회전수를 조절해주니, 물의 사용이 많다면 더욱 안정적인 방식으로 보인다.

수도를 사용할 때만 반응하는 방식이므로, 물탱크도 필요치 않다. 여러 면에서 인버터가 장점이 많지만, 수도 라인을 여러 곳에도 동시에 사용하거나 물 사용 자체가 아주 크지 않다면 굳이 인버터 방식을 사용해야 할까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니 스스로 선택하길 바란다. (솔직히, 나는 인버터 모터를 설치하지 않아서 인버터의 장단점을 피부로 느끼고 알진 못한다.)

 

나의 경우는 대공+기계식+물탱크로 계약을 하였다. 비용이 작지 않다. 대부분 비용 때문에 어떻게든 소공이나 중공으로 하려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내가 딱히 뭐가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 땅의 사정이 있고, 목적이 다르고, 계획이 다를 테니 정답은 없다.

 

개발행위허가가 나길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했다. (아직도 허가가 나지 않았다.) 지하수 관정을 파는 것도 신청하고 허가받는 절차가 수도사업소를 통해 별도로 있고(나 같은 경우는 관정 업체에 대리 접수로 처리했다.) 업무일 기준으로 약 10일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또 2주를 기다려야 관정 파는 것도 가능한 상황. 관정 파는 것도 쉽지 않다.

 

원래 계획했던 4월 말의 완료 일정은 이미 물 건너 가버렸다. 

농막 제작 업체에도 일정 지연되고 있으니 설치 일정 조정을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건축사사무소에는 어제도 개발행위허가 진행 확인을 독촉했다. 

절차가 있으니, 그 절차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만약 농막 설치와 필요한 제반 사항을 준비하시는 분이 있다면 적어도 2-3달의 여유 일정을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