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첫번째 이야기/1. 주말농막 시작하기

#11. 농막 설치와 전기공사

by 팰럿Pallet 2022. 3. 30.

2020.5.31

농막이 놓이면 다 될 줄 알았지

끝날 때 까지는 끝난게 아니다


매 해 봄이 그러했지만,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더더욱 느낄 새도 없이 봄은 지나가 버렸다.

새벽 5시. 어스름도 이미 물러간 새벽이, 벌써 여름 근처에 와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알람은 6시에 맞춰뒀는데 다시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땅을 사고, 농막을 올릴 준비를 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순탄하다면 순탄했지만, 내 머리와 노트 속의 계획에 맞게 진행되진 않았다. 그래서 오늘의 일정들이 또 걱정이 되었고, 아침잠 조차 설친 것 같다.

 

오늘의 스케줄

오늘은 농막을 놓는 날이다. 농막을 놓고 나서는 우수관과 맨홀 작업도 오후에 예정되어 있고, 전기도 1차 설치 작업이 있는 날이다.

 

농막 업체에서는 8시 정도까지 도착하여 설치를 시작하니, 8시 반 정도에 오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우수관과 맨홀 공사를 할 포클레인 중기 사장님께는 일주일 전에 연락을 해서 날짜를 잡았다. 점심 이후에 오시기로 했다. 전기 공사는 '오후에 오겠다'고만하셔서 시간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꼬치꼬치 물어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앞에 공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확실하게 답을 주지 않는다)

 

 

6시가 되어 아내와 딸을 깨우고 준비를 하여 농막이 놓일 양평 우리 땅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은 막힘이 없었고, 아침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근처 읍내에 있던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에서 나오면서 시계를 보니 8시 20분이 조금 넘은 시간. 이제 슬슬 가자. 아내와 딸 모두 기대와 설렘으로 차 안의 공기는 이미 너무 가벼웠다.


농막이 놓이다

 

농막이 하늘에서 내려온드아~ :)

현장에 도착했다. 크레인과 트럭이 와 있겠지 했는데, 벌써 농막이 잘 자리 잡고 설치가 되어 있었다. 농막 업체 사장님과 설계 팀장님과 전기 기사님, 그리고 배관 설치 담당하시는 분까지 모두 모두 출동하여 일사불란하게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경치가 아주 좋네요. 마치 강원도 한적한 산골에 와 있는 것 같아요."

 

농막 업체 사장님이 우리 땅의 칭찬과 함께 인사를 건네셨다. 나도 꾸벅 인사를 하고 사장님을 따라 농막 안팎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사장님은 내외부 각각의 기능에 대해 사용 방법부터 계절별로 주의해야 할 사항까지 세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농막 안에서 창밖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 그림이 그대로 들어왔다.

농막 안에서 본 동쪽 창 풍경

날씨마저 너무 싱그러웠고, 정말 모든 게 만족스러운 오전 9시였다.

설치 이후에도 안쪽에 오일스테인 작업, 전기 및 상수도 테스트, 조명 설치 등의 작업이 이어졌고 마지막 청소에 쓰레기 정리까지 마무리하시고 11시가 채 안된 시간에 모두들 철수하셨다.

다락이 높은 복층형 농막의 경우 설치 시간이 더 오래 소요되지만, 우리 농막은 단층형 구조에 다락이 낮게 들어간 형태라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몇 가지 문제로 인해 오늘 데크도 설치하지 못했기에 더더욱 빨리 끝났다.


예상치 못한 문제들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농막 설치의 상쾌함이 아직 온몸에 퍼지기도 전에 내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정리해보면 한 3가지 정도였다.

 

첫 번째. 지하수 모터실 위치

모터실은 농막 뒤편으로, 농막 위치에서는 벗어나게끔 요청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모터실이 설치된 위치는 농막의 현관문 앞쪽에 비스듬하게 반쯤 걸린 상태였다. 지하수 관정 사장님은 어쩔 수 없다며 잘못된 위치에 설치를 마무리 해 버렸다. 나 역시 그날 현장 방문을 못했기에 조정할 틈도 없이 모든 공사가 끝났고, 이로 인해 현관문 측에 데크를 채우려던 내 계획은 일부 수정이 필요했다.  

 

두 번째. 땅의 웅덩이

지난 정화조 공사 이후 땅이 평탄화가 덜 된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지난주에 몇 차례 비가 내렸고, 웅덩이가 생겨 물이 가득 고였다. 그 공간은 가장 길고 넓은 데크가 놓일 농막 전면이었다. 웅덩이에는 이 동네 소금쟁이들에게는 새로 개장한 스케이트장이 되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앞도 옆도 데크는 놓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농막 설치팀은 데크는 설치도 못한 채 철수를 해야 했다.

 

세 번째. 까먹은 일정

어제저녁에 전화하여 재확인하지 못한 내 잘못이지.. 포클레인 중기 업체 사장님은 오늘이 우수관 및 맨홀 작업 마무리 일정이란 걸 고 있었다. 농막 설치 후 오후부터 작업을 시작하여 마무리하기로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기에 전화를 해 보니 다른 곳 작업을 하고 계시단다. 왜 안 오시냐고 하니, 오늘인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하신다. 작업 일정은 다시 잡아야 했다. 사장님도 일정을 까먹은 게 미안하셨던지 내일 바로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흙 더 매우기

위의 세 가지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면 바로 이어서 진행될 오늘 계획한 마지막 일정은 '전기 연결'이었다. 하지만, 오후에 온다던 전기 연결 업체는 내가 전화하기 전에는 깜깜무소식이다. 어제도 통화를 했는데 말이다. 포기하듯이 문자를 보내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포클레인 중기 사장님이 오셨다.

장비를 가지고 오신 건 아니고, 다음날 진행하기로 하고 어떻게 할지 논의하기 위해 잠시 오셨다. 중기 사장님께 현재 상황에서 흙이 한 차 더 필요할 것 같고, 지대를 높여야 할 것 같다고 설명드렸다. 사장님은 내일 올 때 흙도 한 차 보내도록 하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엎질러진 물을 잘 닦아내고 다시 새 물을 담는 논의를 하고 사장님은 다시 오늘 계획하신 새로운 일을 마저 마무리하시러 떠났다.

우리도 더 이상 기다리기는 모하여, 전기 업체에 연락해서 우리가 없어도 작업은 하시라 말씀드려놓았다. 그리고 차 시동을 걸어 집으로 향하였다. 우리의 농막에서 오후를 보내고 갈 수도 있었지만, 아직 전기가 연결이 안 되었다 보니 지하수도 모터 돌리는 것도 안되고, 그러니 화장실도 쓸 수가 없어 오래 있기는 어려웠다.

마을을 벗어나고 있을 때쯤 전화기가 다시 울렸다. 포클레인 중기 사장님이었다.

 

"흙이 오늘 한 차 나오는 곳이 있어서요. 죄송한데, 그 흙이 이따가 5시 40분 정도나 되어야 도착한대요. 여주에서 오는 흙이라 시간이 좀 걸리네요.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흙 놓을 위치 말씀해 주시고 가실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사장님이 주소 알려주시면 되지 않나요? 저희 이제 집에 돌아가는 길이에요."

"아, 그게 제가 아직 작업 중이라 직접 갈 수가 없어서요. 그리고 거기 분양된 땅이 여러 개라 트럭기사분이 헷갈려서 엉뚱한 곳에 붓고 갈 수 있어요. 그래서 어딘지 직접 알려주는 게 안전할 거예요."

 

이런 대화가 핑퐁 치며 오고 가다가 결국은 우리가 다시 농막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좀 화가 났지만, 내일 급하게 흙을 부어달라 했으니 어디서든 흙을 찾으려고 노력하셨을 사장님을 상상하며 이해하기로 했다. 돈 내는 사람은 나인데, 내가 주로 이해하고 고마워하며 일정을 끌려가고 있었다.


전기 연결

다시 농막에 돌아오게 되니, 전기 기사분도 얼마 안 있어서 오셨다. 기사분은 마치 도인 같은 아우라가 풍겨왔다. 도인 분은, 아니 전기 기사님은 전기 설치 작업에 총 3번의 방문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첫 방문은 안전 점검에 부합하는 기본적인 전기 연결을 위한 방문이다. 오늘의 일이며, 이 때는 전봇대 전기선과 농막 전기를 연결하고, 낙뢰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피뢰설비 같은 것을 땅 주변으로 매립한다. 구리로 된 봉 같은 것을 전선과 연결하여 매립하는 것을 하셨는데, 뭐냐고 물어보니 누전이나 낙뢰를 대비하는 것이며, 이걸 하지 않으면 안전검사 통과가 되질 않는다고 하셨다.

두 번째 방문에는 안전 점검이 이뤄진다. 한국전력공사(외주업체겠지) 쪽에서 안전검사를 하러 나오는 것 같은데, 검사 간에 농막 안쪽의 두꺼비집도 확인하니 농막 열쇠나 잠금 비밀번호를 전기 기사분께 전달해 드려야 한다. 그러면 전기 기사분이 안전검사 담당자에게 전달하여, 그분이 방문하여 농막 내외부의 전기 연결 안전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에 통과가 되면, 드디어 계량기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방문에서 전기세를 측정할 수 있는 계량기 설치가 이뤄진다. 다시 전기 기사 분이 방문하게 되며, 계량기를 농막에 설치하고 전기 계량기 측정이 잘 되는지, 연결에 문제가 없는지 최종 테스트를 한다. 이렇게 되면 마침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방문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해 주시고는

"옆에서 보셔도 도와주실 건 없습니다. 편하게 일 보세요."

라고 웃으며 말씀하시고는 약 2시간 동안 첫 방문에 해야 할 일들을 진행하셨다.

기본적인 전기 연결이 마무리되었다.

단순히 연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전기 연결 작업은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일이었다. 전기 기사님은 묵묵히 일을 하시고 웃으며 "전기는 다음 주 화요일 정도 안전점검 나올 거고요. 그러면 목요일이나 금요일 정도면 전기 계량기 설치 가능할 겁니다. "라고 말씀하시고는 도인처럼 유유히 사라지셨다.

전기 기사 분이 가시고 난 뒤 작업 현장을 다시 한번 점검했는데, 정말 깔끔하게 선처리와 정리를 잘해주셨다. 역시 도인인가.


다음 주에 전기가 다 설치되면, 지하수 관정 모터와 정화조에 설치된 브로워를 돌릴 수 있다. 아마 다음 주말에는 우수관과 맨홀 작업 마무리 후 뒷정리와 지하수와 정화조 마무리 작업을 이어서 하게 될 것 같다. 일은 쉬이 끝나질 않고, 통장은 이제 몇만 원 밖에 남지 않았다. 다음 주에도 돈이 계속 들어갈 텐데..

급한 마음에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결정하고 진행한 일들이 결국은 계획을 부여잡게 된다. 다른 분들은 그런 뼈아픈 실수가 없이 진행하시길 바라며, 나는 또 주말을 기다린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