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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1. 주말농막 시작하기

#12. 우수관과 맨홀 설치, 그리고 흙다짐

by 팰럿Pallet 2022. 3. 30.

2020.6.8

우수관부터 바닥 다짐작업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된 노동의 길


농막을 설치하는 날 하려고 했던 우수관, 맨홀 공사를 다음날 시작했다. 전날 트럭으로 한 차 가져다 두었던 흙으로 기초 주변 다짐 작업도 하였다. 그리고 전기공사도 마무리되었고, 전기가 되니 지하수도 비로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난관이 여전히 남아 있었고, 예상치 못한 일들도 있었다.


 

우수관과 맨홀 공사

농막 설치 후 하루가 지난 토요일. 

포클레인 중기 사장님과 어떻게 흙과 파쇄석을 쌓을지, 우수관과 맨홀을 어느 위치로 할지 협의를 하고, 우수관 공사가 시작되었다.

맨홀이 왼쪽에 보인다. 정화조, 야외 수전에 하수관을 연결했다.

작업 지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했고, 현장에도 라인까지 그려가면서 설명을 해 드렸더니 확실히 작업의 완성도가 높았다. 

우수관과 맨홀 공사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비가 왔을 때 물이 잘 빠지게끔 도로 쪽의 메인 우수관 쪽으로 연결하기 위해 땅을 깊게 깊게 파야 했고, 다시 덮고 나서도 보강 흙 덮는 작업과 파쇄석을 골고루 깔아주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메인 우수관으로 연결하는 작업

1차 흙다짐 공사

1차 흙다짐 공사는 포클레인을 통해 진행했다.

우수관 작업까지 마무리하고 파쇄석으로 길을 만들었다.

길과 차량을 주차 해 둘 위치에도 파쇄석을 골고루 깔고 농막 주변에도 파쇄석을 둘러서 마무리 정비를 했다. 이제야 좀 농막 주변이 정리된 느낌이다.

참고로 전(밭) 위에 파쇄석을 까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파쇄석을 깐 위치는 지번상 분할된 창고 토지와 데크가 올려질 부분이다. 실제로 파쇄석을 바닥에 깐다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생기진 않겠지만, 항상 만약을 위해서 문제 되지 않는지, 건축사 사무소 또는 군청 담당자를 통해 미리 확인해 보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전기 설치가 마무리되다

전기는 총 3번의 방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었다. 지난번에 첫 방문이 있었고, 일주일 동안 마저 안전검사를 위한 방문. 그리고 최종 계량기 설치 방문이 있었다. 안전 검사를 위한 방문의 경우 농막 내부도 들어와서 확인을 하니, 열쇠를 전달해두거나, 도어 비밀번호를 알려드려야 한다. 도어록이 편하다는 점 농막 제작할 때 참고하시길. 금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드디어 전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농기구 쇼핑

파쇄석과 흙을 붓고 나서, 포클레인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농막 옆쪽, 뒤쪽 구석에 마무리 작업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곳은 온전히 우리 가족의 몫으로 남겨졌다. 이 작업까지 요청도 받아주지도 않지만, 요청을 하면 사람도 더 불러야 하고, 인건비 역시 추가로 들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직접 나설 때다. 시작은 항상 장비 장착부터이다.

농기구는 철물 도매몰에서 구입했다. 양평의 읍내에 있는 철물점도 방문해 봤는데, 가격이 비슷한 것도 있긴 하나 대부분은 인터넷이 절반 가격이거나 30% 이상 저렴했다. 

흙을 퍼 날라야 하니 막삽을 사고, 딸내미도 일손 돕겠다니 아동 삽도 사고, 돌을 골라내고 평평하게 펴야 하니 쇠스랑도 사야 하고, 모종도 심고 풀도 뽑아야 하니 모종삽과 호미도 종류별로 몇 개 구매했다.

사면서, 제일 고민했던 게 농업용 손수레(흔히, 리어카라고 부르는 그것)였다. 이게 생각보다 사이즈가 꽤 큰데, 농막 토지로 배송하기에는 받아줄 사람이 없고, 집으로 시키자니 과연 준중형차에 실릴까 걱정스러웠다.

사람들이 얼마에 샀나 알아보니 이 보다 작은 수레를 약 5만 원 정도에 구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3만 원대. 그래 사자.

인터넷으로 산 농기구들과 수레

수레가 크다 보니, 직접 들고 배송을 오신다. 택배 용달 기사분이 아파트로 시킨 게 맞냐며 다시 확인하신다. 맞아요. 저희가 차에 어떻게든 싣고 갈 거거든요.라고 말은 못 했지만, 잘 받았다.

차에 싣는 건 분해를 해서 아주 난리부르스를 해서 간신히 실었다. 이야, 이게 실리는구나. 신기했다.


2차 흙다짐 공사

다시 한 주가 지난 토요일. 아내와 딸과 함께 다시 농막에 왔다.

2차 흙다짐 공사는 아내와 내가 삽질로 시작했다. 허탕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진짜 삽질을 했다. 삽질로 수레에 흙과 돌을 퍼담고 옮겨 내린다. 잘 펴주고 밟아서 단단하게 자리 잡게 해 준다. 농막 주변에 울퉁불퉁하고 높이 조정이 필요한 곳마다 이 작업을 한다. 반복적으로 하루 종일. 얼마나 질리게 했는지 사진 한 장이 없다. 오랜만의 노동에 아직도 손이 부어 있는 듯하다.


지하수를 확인하자.

지하수는 연결만 해 두었지, 전기가 안되어서 모터를 돌려보지도 못했다. 이제 전기 연결이 되어 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참고하셔야 할 게, 전기 연결만 된다고 바로 그날부터 깨끗한 물을 쓰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지하에서 끌어올리는 흙탕물이 맑을 물이 될 때까지 꽤 오래 퍼 올려야 한다. 지하수를 파게 되면 지하수 공사 분이 "이 지하수는 몇 톤 정도 들어있네요"라고 말해 준다. 하루에 퍼 올릴 수 있는 지하수의 양이 그 정도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기계식 모터로 설치하고, 1톤짜리 물탱크를 사용한다. 요즘 인버터 모터(물탱크가 필요 없는 직수 모터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사용도 많지만, 한번 끌어올려서 물탱크에서 침전시켜서 사용하는 방식이 더 맑은 물을 사용하고 안정적인 물의 공급이 되겠다 생각하여 기계식으로 결정했다. 기계식의 경우 심정 모터가 지하수 물길 근처에 있고, 물탱크로 뿜어 올린 물을 다시 농막 내부나 야외 수전으로 공급하는 모터가 또 하나 있다. 물탱크가 차면 센서가 자동으로 심정모터를 멈춰주므로, 블로그나 상품 설명 상의 기계식이 더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물 채우기와 사용 시 분산하여 모터를 사용하는 기계식 방식이 오히려 사용할 때마다 모터를 계속 사용하는 인버터 모터보다 모터에 무리를 덜 줄 수 있다. (내 결정에 대한 합리화로 이해해 주시길)

지하수에서 흙탕물을 빼 내야,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는데 3~5회 정도 물탱크를 가득 채우고, 또 비우고를 반복해야 한다고 한다. 흙탕물 지하수를 버리긴 좀 아까우니, 물을 쓸 수 있는 밭작물이 심겨 있으면 좋다. 없다면 우수관으로 다 흘려보내야 한다. 그렇게 다 흘려보내면 또 조금씩 지하수가 물탱크에 차 오른다. 콸콸콸 차오르진 않는다. 처음에야 금방 차오르지만 한 번 채우고 난 뒤부터는 채워지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즉, 하루 만에 깨끗한 물을 얻기란 어렵다. 나도 1박 2일 동안 2번 정도 비웠는데, 아직 2~3회는 더 비워야 깨끗한 물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정상적인 농막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여정이 많이 남아 있다. 

물도 아직은 맘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고, 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수질검사를 받아야 준공에 필요한 필증을 받을 수 있다. 준공심사에도 여러 가지가 필요한데, 그 내용은 준공받을 때 다시 또 공유하도록 하겠다.

오랜만에 땀냄새가 진동하는 먼지투성이 옷으로 염전이 된 얼굴을 닦아가며 일했다. 벌게진 얼굴은 가라앉을 줄을 몰랐고, 물과 맥주를 그리 마셨지만 화장실 한 번이 안 가고 싶었다. 그리고 딸내미도 엄마 아빠의 일을 함께 돕고 일하다가 몸에 이상이 생겼다. 계획한 것을 절반 이상 해냈지만, 그 보다 큰 걱정을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3일이 지났고 딸의 상태는 호전되고 있지만 주말 동안 너무 고생시킨 것만 같아 마음이 너무 무겁다.

어서 호전이 되어 아내와 딸과 웃으며 다시 농막에 찾아가고 싶다.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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