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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1. 주말농막 시작하기

#14. 돌담쌓기, 야외수돗가 만들기 외

by 팰럿Pallet 2022. 4. 1.

2020.6.24

농막 주변 정비 첫째날

돌담쌓기, 야외수돗가 만들기, 경사면 정비하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장마가 빨리 온다고 한다. 아직 농막 준공도 못 냈고, 텃밭도 시기를 놓쳐서 시작도 못했는데, 장마부터 맞이 해야 한다니!

 

아랫집 농막에는 우리 농막보다 시기로 치면 약 3개월 정도 더 빠르게 자리를 잡은 가족이 있다. 그래서 그 가족은 이미 텃밭에, 스프링클러에, 울타리와 대문부터 조명까지 거의 모든 게 준비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작물들도 꽤 자랐고, 수영장도 만들어서 아이들이 더운 요즘에 물놀이를 하고 있다. 아, 부럽다.

 

우리는 어떤가. 아내와 딸은 땀을 뻘뻘 흘리며 돌을 고르고 있고, 삽질은 해도 해도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전 11시만 되어도 햇볕이 너무 뜨거워 그늘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내는 마치 콩쥐처럼 호미 하나를 들고 뙤약볕 아래서 꿋꿋이 돌들을 감자 캐듯이 캐내고 있다. 역시 아내는 위대하다.

 

이런 모습이 보기 안타까웠을까, 주변에 석축 작업을 하러 오신 포클레인 사장님이 우리 땅을 한 번 긁어주시러 오셨다. 아내가 돌을 고를 때만 해도 "이제, 큰 돌 거의 다 골라냈다." 했는데, 포클레인 사장님이 쭉쭉 긁어주니 땅에서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많아 보이는 돌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땅을 긁어주셔서 텃밭을 하기엔 좋은 상태가 되어서 좋았지만, 그 많은 돌들을 어떻게 다 처리할까 난감했다.

 

개비온 담장 쌓기

우리처럼 밭이나 논으로 개간되지 않은 임야를 구하게 되면, 꼭 해야 하는 일이 돌을 골라내는 일이다. 돌을 골라내는 일만큼이나 곤란한 건, 그 수많은 돌을 어디로 치우냐일 수도 있다. 아랫집이나 주변 집들은 대부분 텃밭을 할 수 있는 흙을 덤프트럭으로 몇 차를 더 받아서 기존의 돌 많은 땅을 덮어버리는 방식을 쓴다.

 

우리는 쿠바식 텃밭(사각 틀을 만들어 관리하는 텃밭)을 계획하고 있기에 흙을 더 붓는 건, 비용 면에서나 우리의 계획을 실행하는 면에서나 맞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게 바로 '개비온'이다.

개비온(gabion)은 영어식 표현이며, 우리말로는 '돌망태'라고 하는데, 철사로 만든 망태기 안에 돌을 담아 채워 제방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눈여겨보지 않아서 새롭지,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개비온이다.

개비온 담장

시중에서 파는 개비온은 크게 2종류가 있다.

  1. 철망에 돌이 채워진 완제품 형태
  2. 직접 철망을 조립하고 돌도 구해야 하는 조립형 제품 형태

우리는 당연히 조립형 제품 개비온을 주문했다. (주문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음. 가격은 1미터에 2-3만 원대)

 

조립은 쇼핑몰에서 안내해주듯이 매우 쉽게 할 수 있다. 관건은 배치와 돌 채우기이다.

위의 사진처럼 멋지게 하고 싶었지만, 흙바닥에 세워야 하다 보니 의도대로 잘 되진 않았다. 수평도 잘 잡고 진행했지만 무거운 돌들이 들어가니 바닥이 틀어지고 말았다. 만약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다면, 개비온 담장을 놓을 곳을 약 15cm 정도 파고, 그 안에 작은 돌이나 자갈을 채운 뒤 수평을 잡고 나서 개비온을 설치하고 그 안에 돌을 채우는 방식으로 하겠다.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다. 개비온 담장. 돌 언제 다 채우냐..

이건 한 번에 다 채우긴 어렵다. 그냥 돌밭에서 돌이 나오는 대로 꾸준히 채울 예정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철사망으로 되어 있으니, 주변에 아이비 같은 담쟁이 식물이나 들장미 같은 식물을 심으면 더 예쁠 것 같다.


경사면에 코이어 네트 깔고 잔디 씨 뿌리기

계단식으로 된 부지이기 때문에, 경사면이 있고 경사면은 석축으로 튼튼하게 구분이 되어 있다. 하지만 석축 위쪽 법면은 흙으로 덮어져 있다 보니 비가 많이 오게 되면 경사면의 흙이 아랫 농막 토지로 흘러내리게 된다.

아래 농막 부부는 이미 법면에 야자매트 같은 망을 덮어두었다. 물어봤더니, '코이어 네트'라는 게 있다고 했다.

 

코이어 네트 (코아네트, 코어 네트 등 다양하게 부른다)는 코코넛 열매 겉껍질을 분리하여 엮어 만든 천연 재료인데, 경사면 토사 유출 방지용으로 잔디 씨나 토끼 풀씨와 세트로 많이 판다.

 

코이어 네트는 토사에 밀착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앙카를 같이 구매하여 약 1미터 간격으로 박아줘야 한다. 그리고 불려놓은 잔디 씨를 그 위로 뿌려주면 금세 잔디 싹이 나고, 잔디가 자라면 코이어 네트와 잘 엉켜서 법면에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준다. 보기에도 자연스럽고 깔끔하기 때문에, 경사면이 있는 땅을 가지고 있다면 추천하는 제품이다.

법면에 코이어 네트를 깔고, 잔디 씨를 뿌렸다.

사철나무 울타리 심기

코이어 네트 위쪽에 쭉 심어져 있는 것을 보고, 아랫 농막 부부는 고구마나 감자인 줄 알았다고 한다.  사실, 이 식물은 농작물이 아니고 사철나무다.

 

사철나무는 아파트 주변에 울타리로 많이들 심는 울타리목인데, 5-6월이 되면 곁순이 나거나, 삐죽 튀어나오는 가지들이 많아져서 아파트와 계약된 조경업체에서 이 시기에 많이 잘라낸다.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도 사철나무 울타리가 꽤 많아서, 이 시기가 되면 길가에 후드득 떨어져 있는 사철나무 가지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사철나무는 삽목이 가능한 식물이라, 그렇게 잘린 사철나무를 주워와서 잘 다듬어 심으면 금세 뿌리가 생겨서 울타리 나무로 자라게 할 수 있다. 물론, 올해 갑자기 높은 울타리를 선사하진 않겠지만 돈 들이지 않고 버려지는 사철나무 순을 활용할 수 있는 건 개이득!

 

야외 수돗가 미장하기

그리고 지난주에 바닥을 다져 놓고 돌로 주변 경계를 만들었던 수돗가. 이번 주에 본격적인 작업을 하기로 했다. 이번 주에는 시멘트 레미탈 작업만 하고, 다음 주에 타일 작업을 하기로 했다.

읍내에 나가서 40kg 레미탈 5포대와 하수구용 거름망을 하나 샀다. 이렇게 2만 5천 원.

와이어 메쉬도 사려고 하다가 그냥 남는 철사를 펴서 넣기로 했다. 순서는 대략 아래와 같이 진행했다.

 

  1. 하수구 관을 실제 레미탈 미장할 만큼 높이를 표시하고 줄톱으로 자른다.
  2. 자른 하수구관에 시멘트가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둔다.
  3. 바닥에 와이어 메쉬(또는 철사)를 가로, 세로 격자로 바닥에 깔아 둔다. - 와이어 메쉬 작업을 하지 않을 경우, 바닥이 금이 갈 수도 있다.
  4. 바닥에 자갈이나 작은 돌을 좀 더 채우고 고르게 만든다.
  5. 레미탈을 물과 섞는다. 치약 정도의 질감을 만든다 생각하고 물을 부어가며 섞는다.
  6. 섞은 레미탈을 수돗가 바닥에 붓고, 미장 손을 이용해서 평평하게 만든다.
  7. 레미탈은 한 포대씩 또는 반 포대씩 섞길 추천한다. 한 번에 하기도 어렵지만, 필요 이상으로 섞으면 처치 곤란이다.

 

그렇게 다 바르고 나면, 바닥의 경우 좀 더 레미탈에 물을 섞어서 구배를 잡아준다. 구배는 하수구 구멍 쪽으로 물이 흘러들어 가게 잡는다.

막아둔 하수관을 빼고 타일을 쌓을 높이만큼을 제외하고 미장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해서 예쁘게 하면 좋은데, 우리는 벽돌을 사용하지 않아서 예쁘게 미장이 마무리되진 않았다.

시멘트 미장까지 마친 야외 수돗가

수돗가 위쪽은 좀 두껍게 해 두었는데, 여기에 걸터앉아서 발을 씻거나, 비누도 올려둘 수 있게 하려고 이렇게 잡았다.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이 작업이 하루 작업 중 제일 고되었다. 특히나 저녁 무렵에 작업이 마무리되었는데, 너무나도 허기가 져서 힘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일을 했는데, 술 한 모금만 해도 곯아 떨 허지는 아내도 세 모금이나 마시고도 취하지 않았다는 대단한 사실! 역시 아내는 위대해!

 

말로만 간단한 야외 수돗가 작업을 마치고 먹는 저녁은 정말 꿀맛이었다.

 

그리고 한밤 중에 아내와 딸과 함께 보는 시골의 밤하늘.

밤하늘은 시골이나 도시나 모두 같을 텐데 불빛이 조금 적다고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어릴 적에는 하나도 특별하지 않았던 밤하늘인데, 나이 마흔을 먹고서 딸과 보면서 나 역시 이렇게 아이가 되다니.

백조자리, 땅꾼자리, 전갈자리, 큰 곰자리, 천칭자리, 목동자리...

눈으로 봤을땐 아름다웠는데 사진으로는 안보인다

규칙 없이 자리 잡아 빛나는 것 같은 별들도, 저마다의 밝기로, 변하지 않는 위치에서 빛나고 있기에 우리는 별들을 알아볼 수 있다. 우직하게 뿜어내는 작은 별빛을 보고 있자니, 행복이란 참 작고 깊은 빛과 같다고 느껴졌다.

 

다음 주에는 수돗가 타일 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테고, 이제 준공 심사 준비를 해야 한다. 준공까지 끝내면 비용 계산을 해 봐야겠다.

 

다음주도 화이팅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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