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30
농막 주변 정비 두번째날
돌담쌓기, 야외수돗가 만들기, 경사면 정비하기
주중에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폰을 들고 날씨 정보를 확인했다.
비올 확률 60%.. 70%..30%..
나도 그렇지만, 아내는 특히나 왔다갔다 하는 비올 확률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그 이유는 수돗가 타일 마감 때문이다.
타일을 붙이려면 비가 오지 않아야 하는데, 주말에는 확실히 비가 올 것 같았기에 계획을 조정해야 하나 기로에 서 있었다. 우리는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목요일 밤에 양평으로 출발했다.
중부 내륙 고속도로를 타고 터널을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빗줄기는 굵어졌다가, 다시 얇아졌다가,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맑았다가를 반복했다. 양평에 도착했을 때는 아주 가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작지만 매우 크게 느꼈던 위기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짐을 농막 안에 풀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냉장고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전등도 잘 켜지고, 다른 콘센트에 꽂힌 전등이나 전자제품은 문제가 없었는데, 냉장고만 말썽이었다. "주문한 지 2주도 안된 냉장고가 무슨 일이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미 11시 반이 넘은 늦은 밤이었기에 간단하게 씻고 일단 자고, 내일 전기 상태를 다시 확인해보자고 했다. 아내가 먼저 씻으러 들어갔는데 세면대 수도꼭지에서 물이 조금 나오다 마는 게 아닌가.
"엇. 모터가 안 돌고 있잖아?!"
그제야 깨달은 나는 누전차단기를 급히 확인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냉장고, 지하수 모터 쪽 누전차단기만 내려가 있었고, 아무리 차단기를 올려도 바로 전원이 떨어져 버렸다. 아마도 퓨즈가 나간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밖으로 나가서 지하수 모터실로 가 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모터실 철문 뚜껑이 활짝 열려 있었다.
모든 물음표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며칠 전에 수질검사를 하러 온 사람이 (무슨 이유로 모터실 뚜껑을 열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확인한 뒤에 닫지 않고 그냥 간 것이다. 그 사람이 다녀간 이후 주중에 3일 정도 비가 내렸고, 모터실 안에는 물이 잔잔하게 차오른 것이고, 그러면서 모터를 돌리는 콘센트가 물에 젖어 합선이 된 게 분명했다.
이 위기는 우리 부부를 새벽 2시가 다되는 시간까지 잠 못 이루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다음날 아침. 모터실 내부의 물을 퍼내고, 전선 주변의 물기를 모두 닦아내고, 가지고 있던 다른 멀티콘센트 릴선을 활용하여 모터를 점검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다행스럽게도 모터의 퓨즈가 나가거나 합선된 건 아니어서 물과 전기를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 누전차단기도 잘 켜졌고, 냉장고도 문제없이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 지하수 공사 사장님께 전화를 하여 항의를 했지만, 지하수 공사 사장님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암튼, 이후 콘센트는 잘 건조해서 다시 연결하니 잘 동작하였다. 모든 게 문제없이 마무리되었기에 '작은 위기'라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날 밤에는 전기도, 물도 쓸 수 없다는 생각에 눈 앞이 캄캄했다.
개비온 돌담 쌓기를 계속하자
금요일 아침. 빗줄기가 굵진 않았지만 여전히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날씨 탓에 수돗가 타일 작업을 바로 할 수는 없었기에 일단 밭의 돌 고르기부터 하자고 했다. 지난주에 미리 주문 해 둔 개비온 담장 1미터를 추가로 조립하여, 금요일은 거의 반나절 동안 밭 돌 고르기, 그 돌을 개비온 돌담에 쌓아 넣기를 반복하였다.
사진처럼 쌓고 보니 금요일도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사진에는 남기지 않았지만, 농막 뒤편의 흙더미를 삽질로 옮겨서 주변에 무너지거나 꺼진 땅을 보강하고, 질퍽해진 땅 쪽에는 고랑을 파는 일도 했다. 비를 가득 머금은 흙은 질퍽하기도 했지만, 매우 무거웠다. 그래서 작업은 크지 않았지만 무척 고된 하루로 마무리했다.
고된 하루의 마무리에 고기가 빠질 수 없다. 이제는 고기 굽는 것도 준전문가가 다 된 것 같다.
이렇게 맛있는 저녁 식사까지 마무리하니, 또 다음날의 일을 위한 힘이 차올랐다.
수돗가 타일 마감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창 밖을 보니 어제저녁처럼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날씨와 풍경을 즐기기가 무섭게 아내와 나는 수돗가 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그리고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밭에서 얻은 돌들로 수돗가 미장 작업을 했기에, 수돗가의 모양에 네모 반듯하질 않았다. 그래서 만들어 놓고도, 다시 미장을 할까 하는 이야기도 한참 나눴다. 결론은 그냥 자연스럽게 지금의 수돗가 모습에 타일을 그대로 붙이자 였다. 그래서 작고 동그란 타일을 주문했다. 동그란 타일이라 곡면도 어색하지 않게 붙일 수 있고, 모양도 더 예뻤다.
야외 수돗가 타일 마감을 할 때는 드라이 픽스, 헤라, 미장 손, 타일, 백시멘트, 스펀지 등이 필요하다.
- 드라이 픽스 : 쉽게 말해서, 타일용 접착제이다. 타일과 시멘트 사이에 풀처럼 바르는 용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어떤 분들은 '세라픽스'로 타일 부착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세라픽스'는 물기가 잘 닿지 않는 타일에 시공하는 접착제이다. 예를 들면, 주방 벽면 타일 붙일 때 쓰면 된다고 할까? 수돗가나 욕실처럼 물 접촉이 매우 잦은 곳에는 드라이 픽스를 써야 한다. 안 그러면 타일이 쉽게 떨어진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드라이 픽스를 미장된 수돗가에 바르기 전에 수돗가가 너무 건조해 있으면 쉽게 굳어버리니 적당량의 수분이 도포되어 있는 게 초심자에게는 쉬우니 이 점도 참고.
- 헤라 : 헤라는 드라이 픽스를 물 반죽하여 섞고, 타일을 붙이기 위해 필요하다. 미장 손도 같이 있으면 편하다.
- 타일 : 타일은 원하는 모양과 색상의 타일을 잘 선택해야 한다. 너무 큰 타일을 사면 타일 절단기를 대여하거나 구매해야 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고, 대부분 중국산 제품이라 쉽게 망가진다. 그러므로 되도록이면 절단기가 필요 없이 붙일 수 있는 수준의 타일을 선택하길 추천한다.
- 백시멘트 : 드라이 픽스로 타일을 붙이고 난 뒤에, 타일 사이사이의 틈을 메꾸고, 모양을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 스펀지 : 백시멘트까지 다 바르고, 백시멘트가 굳기 전에 스펀지로 타일 위를 잘 닦아내야 깨끗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돗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수관의 물빠짐망의 높이와 타일의 높이 맞추기이다. 대부분 하는 실수가 수돗가의 구배는 잘 맞췄으면서, 하수관이 삐죽 올라오게 잘라버리면서 추가로 잘라내는 작업을 하거나 추가로 시멘트를 부어 높이를 맞추는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점이다. 이 점을 꼭 유념하길 바란다!
와. 근데, 생각보다 진짜 타일 붙이는 게 어렵다. 백시멘트 마감까지도 꽤 힘이 들었다. 다른 분들 하시면 벽돌과 넓은 타일을 하시길.. 여하튼, 가까스로 마무리한 우리의 야외 수돗가를 소개한다.
그래도 이 정도에 우리 가족은 무척 만족했다.
매주말마다 하나씩 채워가고, 만들어가는 우리의 공간. 이웃들도 웃으며 조언도 해주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각자의 공간을 보며 보는 행복과 만드는 행복을 교감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사철나무 울타리 추가 작업과 본격적인 텃밭 준비(나무 틀밭) 작업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 날씨가 따라줘야 또 잘할 텐데. 그래도 기대되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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