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7.7
농막 준공 승인이 지연되는 이유가 이거였어?
이번 이야기는 양평에서 2020년에 농막에 대한 준공 승인 당시의 이야기이며, 현 시점에는 관련 정책이 달라졌을 수 있으니, 진행시에는 꼭 담당 주무관을 통해 확인하시고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한동안 연락이 없던 건축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건축사사무소에서 오는 알림 소리는 참 설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길고 긴 농막 준공 승인 절차가 이제 마지막만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사 그가 남긴 메시지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준공 승인이 난 게 아니었고, 한 가지 이행 조항이 더 달렸다.
우리 농막이 바로 준공이 나지 않은 이유는 바로, '파쇄석' 때문이었다. 파쇄석이란, 큰 바위돌을 가공할 때 주변에 부서진 작은 자갈 크기의 파편화된 돌멩이들인데, 보통 농막에서는 걸어 다니는 곳이나, 차량 주차 공간이 될만한 위치 등에 뿌려놓는다. 이 파쇄석이 농지 주변에 너무 넓게 뿌려져 있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즉, 파쇄석을 걷어내라는 이야기.
좀 날벼락같은 요청이었다. 파쇄석을 삽질로 깔다가 손가락에 염증까지 왔는데, 그 걸 또 해서 원복해야 한다는 것도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파쇄석을 깔아놓은 곳은 정말 사람이 다니는 길과 주차장 위치, 그리고 정화조 맨홀이 있는 곳만 뿌려놓았는데, 너무 넓게 뿌렸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어디를 원복 시켜야 하는 것인가? 전체 다? 아니면 어떤 부분?
건축사사무소에서도 난감했던지, 주무관 연락처를 건네줬다.
양평군 건축과 주무관과 통화를 해 보니, 설명은 간략했다.
"건축과 기준에서 현재 잘못된 건 없습니다. 준공 승인도 가능한 상황이에요. 단, 추후 농막 실태조사를 할 때 농지에 파쇄석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깔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보완 요청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럼 어디까지 걷어내야 하나요?"
"전체를 걷어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고요. 농막은 농지에서 쉴 때 사용하는 것이니, 적어도 농지가 더 확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차하는 위치에 주차공간 이상의 파쇄석이 깔려 있으니 그 부분이라도 걷어내시는 게 나중을 위해서 좋지 않을까요."
"하지만, 파쇄석 깔려 있는 곳보다는 농지가 훨씬 넓은데요."
"네, 그래도 걷어내시고, 사진 증빙하셔서 승인 요청 주시면 재검토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이 깔았다고 똑같이 깔면, 곤란해지실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주차 공간만 남겨두고 파쇄석 걷어내고 사진 올릴게요."
이렇게 간략하게 이야기 한 건 아니지만, 정리하여 재구성하자면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주무관에게 우리가 농지를 많이 만들어두고 쓰고 있다고 이야기도 해 보았지만, 직접 와서 봤다고 하니 딱히 더 이어갈 말이 없다.
어쩌겠는가. 퍼 내야지. 삽질을 해야지.
주말에는 다른 볼일은 재쳐두고, 파쇄석부터 파내야겠다.
그간에 농작물들도 더 자랐고, 틀밭도 더 만들었다. 아내는 쪽파도 더 심었고, 태풍으로 피해가 입지 않게 배수로 작업도 다시 정비를 했다.
원래 마당에 벽돌을 깔려고 했는데, 그 역시 안될 것 같다. 그냥 잔디 씨를 뿌리고 경계 위치만 벽돌이든 돌이든 둘러야겠다.
이번 주무관과의 통화를 계기로 이후의 계획에 수정이 필요함을 직감했다. 뭐. 하고 싶은 대로 해도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찜찜한 기분을 가지고 지내다가 지적받는 건 딱 질색.
삽질의 날
두번째 날은
해가 나면서 비가 오고,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하는 날씨가 하루 종일 지속되었다.
그 빗속에서 아내와 나는 하루 종일 삽질을 했다. 말 그대로 삽질을 했다. 삽을 들어 땅을 파는 그 삽질.
일단 딱 주차를 할 공간만큼의 공간만 남겨두고 사각형을 그렸다.
그리고 사각형을 그은 주변 선부터 파쇄석을 파내기 시작했다. 비가 계속 오니, 먼지는 안 나서 좋았지만, 물을 머금은 돌과 흙들이 확실히 무거웠다. 무거운 삽질을 오전 내내 하니, 한 1/3 정도의 파쇄석을 걷어낼 수 있었다. 이때까지는 혼자 했는데, 오후에는 아내가 많이 도와줬다. 삽, 쇠스랑, 곡괭이를 총동원해서 파냈다. 이러니 손이 나을 틈이 없지..
덕분에 농막 주변 곳곳에 잡초가 잘 자라는 땅들을 파쇄석으로 덮고, 흙이 부족했던 울퉁불퉁한 땅을 다듬을 수 있었다.
'그래. 좋게 변하는 점들을 보자.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걸로 생기는 화와 불평보다는 좋아지는 일들이 더 많겠지.'
그렇게 속으로 이야길 하면서 삽질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계속되었다.
무슨 이만한 땅에 그렇게 퍼낼 돌들이 많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파쇄석이 생각보다 꽤 두텁게 깔려 있었다. 그리고 주변 정리도 해 가면서 파내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제 이 사진을 찍어서 다음 주에 등록하면, 준공 승인이 나겠지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꽤 뿌듯했다. 제발 추가 보완 의견 없이 준공이 나길 기대해본다. 제발.
사람의 마음이 간사해서.. 삽질을 하다가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주변 농막을 둘러봤다. 파쇄석을 땅의 절반 이상을 깐 농막들도 많고, 잔디를 식재한 농막도 꽤 많았다.
하지만 준공을 의식하고, 그냥 땅으로 살린 농막도 몇 군데는 되었다. 저분들도 혹시 나중에 나처럼 삽질을 다시 하고 계실까? 그래. 내가 먼저 삽질을 하는 거겠지? 하며 스스로 위안하며 농막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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