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4
농장 같은 농막 대문 만들기
대문, 울타리 설치 비용은 왜 이렇게 비싼 거야?
다른 농막들을 보면, 농막 설치 후 제일 먼저 울타리와 대문을 단다. '함부로 들어오지 마세요'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여기까지는 우리 공간이니 마음대로 꾸미고, 또 가꾸겠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는 이 큰 공사를 제일 뒤로 미뤄두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용'이다. 울타리와 대문은 보통 철제로 기제작 된 구성품을 직접 구매하여 셀프로 설치하거나, 사람이나 업체를 불러 원스탑으로 맡긴다. 근데, 두 가지 다 알아봤지만 비용이 꽤 나간다. 몇백만 원은 우습게 나간다고 보면 된다.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 가격은 몇십만 원이지만, 인건비와 부자재 비용 등을 포함하면 몇백만 원..)
그만큼 중요한 구조물이니, 그 정도의 비용은 감수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땅 구입에 농막 구입에, 정화조에, 지하수까지,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시설만 해도 몇천만 원이 우습게 들어가는데 이 비용조차 쉽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대문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울타리는 차차 만들기로 하고. 일단 가장 중요한 대문부터.
아내는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온라인 화상 수업으로 목공 실습을 했다. 재료와 목공에 필요한 대부분의 도구는 직접 교육원에서 받아오고, 줌(zoom)으로 수업을 들으며 간단하게 나무 액자를 만들었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되었달까. 아내는 대문을 직접 설계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나 보았을 법한 모눈종이에 자를 대고 설계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며칠 후 아래 사진과 같은 설계 도면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각재의 사이즈를 미리 파악해서, 자투리 목재가 생기지 않게 설계한 흔적이 역력했다. 고생했네, 우리 여보.
아내는 야심 차게 설계한 도면을 설명해주었다.
다른 집들처럼 일률적인 대문 스타일이 아니라, 우리 농막만의 농장 스타일. 어떻게 보면 닭장 문과도 같은 스타일로 디자인을 했다. 닭장과 같은 디자인이 된 되는 이유가 있는데, '바람' 때문이었다.
우리 농막은 산골짜기 사이에 있는 땅에 있어서, 바람이 산을 타고 내려오는 날이 많다. 그래서 지지하는 기둥이 아주 단단하게 땅에 박혀있는 게 아니라면, 바람이 문을 그냥 지나쳐 갈 수 있어야 했다. 바람이 통과할 수 있는 대문 디자인을 생각하다 보니, 대문의 면을 아연 철망으로 채워 고정하는 게 적절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닭장 스타일의 대문이 탄생했다.
"너무 마음에 들어. 고생했네. 이제 만들 일만 남았군."
이렇게 말한 지가 두 달이 다 지나서야 대문 만들기를 시작한다.
이제 만들어 볼까?
목재와 기초석 주춧돌을 구매했다.
데크에 타프를 칠 때 필요한 기둥용 방부목을 살 때 함께 구매 해 둔 거라, 산 지는 한 두 달 정도 되었다. 그동안 비도 맞고, 햇볕도 쨍쨍 받아서 그런지, 조금 휘긴 했지만 대문을 만드는데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었다.
추석 연휴는 최적의 시기
대문을 제작하려면 하루 반에서 이틀 정도는 걸릴 걸로 보았다. 그래서 주말만 와서는 작업이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여유로운 기간이 주어졌다.
이번 추석 연휴는 어딜 갈 수도 없고, 회사에서도 징검다리 휴가를 사용하도록 해 줘서 꽤 긴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이 기회에 미뤄뒀던 일들을 모두 끝내겠다는 다짐을 하며 양평으로 향했다.
양평 시내 근처 벽돌 업체에 방문해서 바닥용으로 사용할 벽돌(개당 500원 정도)도 한 팔레트 (약 560장) 정도 구입을 했다. 이동 비용은 4만원. 내리는 것도 크레인으로 내리면 3만원 추가라고 했는데, 3만원 아끼려고 아내와 직접 내렸다. 아내가 이래저래 고생이 많았다.
그리고 대문 만들기도 본격적으로 시작!
먼저, 기초석 주춧돌의 자리를 잡아준다.
기초석의 위치를 정하고, 놓을 위치 바닥면에는 파쇄석을 깔았다. 비가 많이 오면 바닥이 물러지면서 더 내려앉을 수도 있으니, 충분히 쏟아 넣었다. 그리고 주춧돌을 올리고 수평을 맞춘 뒤, 믹스탈 시멘트를 붓고 고정을 시켰다. 작업에 열중하다 보니, 이때부터 사진이 거의 없다. 여기까지 하는데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시멘트를 부었으니, 하루 정도 굳혀주는 게 좋지만, 우리는 마음이 급해서 3시간 정도 굳히고 바로 다음 작업으로 들어갔다.
방부목 기둥을 재단해서 세운다. 길이와 수평을 맞추고, 주춧돌의 철제 고정쇠의 구멍에 맞게 기둥에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볼트와 너트로 조이고, 주변에 나무용 일반 못으로 박아서 고정을 한다. 여기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미리 샀덜 볼트와 너트가 크기가 맞지 않아, 읍내에 있는 철물점에도 다시 다녀오고, 무선 드릴의 힘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배터리도 자주 충전해야 했다. 그래서 구멍 하나 뚫고 충전하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해야 했다. 다음에는 유선 드릴 사야지..
차가 다닐 대문 하기 전에, 작은 문부터 시작했다. 작은 문의 구성 목재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서로 아귀를 맞추어 결합을 하고 점점 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니 무척 즐거웠다. 공대 나온 아내는 이때부터 무척 신나게 일을 했다. 즐거워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그래서 그다음 날 진행한 대문 제작은 목재 재단만 내가 하고, 그 이후의 모든 작업은 거의 아내가 도맡아 했다.
나는 그동안 마당 라인을 만들어줄 바닥용 벽돌 깔기 작업, 딸내미의 비밀공간 바닥 만들기 작업, 그리고 간편하게 쌓아 올려 만드는 벽돌 화로 만들기를 진행했다.
대문 만드는 것보다 바닥 벽돌 까는 게 훨씬 힘들었다. 바닥의 수평을 맞춰가며 파내고, 또 다지고 얹는 반복 작업. 허리와 어깨, 무릎과 종아리가 무척이나 아팠다. 요령이 없이 하다 보니, 고생하는 건 내 몸뚱이뿐이다.
그렇게 진행하는 동안 아내는 2개의 대문 문짝을 다 만들었다. 대문 기둥에 문짝을 다는데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수평을 맞추려고 문을 들고 낑낑 거리며 코미디를 찍었고, 경첩에 나사못을 조이는데 무선 드릴이 또 배터리가 다 되어서 충전이 되길 기다리다가 해가 졌다. 깜깜해지기 직전에 간신히 문을 설치했고, 깜깜해질 때까지 오일스테인을 칠했다. 오일스테인을 칠하면서 동시에 동작 감지 센서등을 부착했고, 무거운 문을 잡아줄 턴버클과 줄을 구매하지 않아서 급한 대로 고추 끈으로 묶어주었다. 바닥 경사가 너무 커서 하부 빗장은 설치를 포기해야 했다.
아내의 고생이 보상되는 순간이다.
아직 100퍼센트 완료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대문을 직접 설치하고 보니 보람되기도 하고, 우리 농막과 텃밭과도 너무 잘 어울려서 만족스럽다.
드릴 배터리 충전 때문에 반나절은 더 걸렸다. 어쨌든, 이틀을 거의 다 채워서 농장 같은 대문 완성!
다음에는 대문 옆 공간과 하부를 막는 작업을 해야겠다.
직접 만들면서 느꼈던 건
없던 걸 만들어내는 일은 수고롭지만, 즐거움과 보람을 길게 느낄 수 있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직접 해보길 권한다. 시행착오가 클 수도 있고, 하다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만들면, 올 때마다 열고 닫아야 하는 대문마저 반갑고 애정이 갈 것이다. 마치 키우는 반려동물처럼 말이다.
나의 '공간'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그곳을 방문하는 것도 행복하고 신나는 일이지만, 그 '공간' 안을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 채우고, 성장시키는 일은 알 수 없는 감동과 기쁨을 준다. 아이를 키우는 것과는 또 다른 감정.
그 공간이 직접 나를 보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보고 있노라면. 또 그 안에서 땀을 흘리고 있노라면, 마음이 끊임없이 회복되고 채워지고, 또 비워짐을 느낀다. 채워지는 좋은 감정과 비워지는 불필요한 감정들로 인해, 마음은 언제나 샤워한 뒤의 몸처럼 가벼워진다.
그런 하루를 또 채우고 기록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또 내일과 다음 주를 준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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