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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1. 주말농막 시작하기

#1. 농막 토지 기준 수립

by 팰럿Pallet 2022. 3. 27.

갑자기 땅을 알아본다고?

갑작스러워 보이겠지만, 다 계획이 있는 거지


"땅을 살 거야."

나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아내가 말했다.

"응? 무슨 땅?"

"지금 주말농장은 빌린 거잖아. 빌린 거 말고,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채울 수 있는 땅을 찾아보려고."

"어디다가 하게?"

평소에는 과자 한 봉지도 허투루 사지 못하게 했던 아내인데. 이렇게 쉽게? 살짝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다시 설명했다.

"일단,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알아보고, 주변 여건이나 자금이 어려우면 조금씩 더 멀리까지 확장해서 찾아봐야지."

아내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내도 주말텃밭을 하며 생각이 많이 바뀐 걸까. 아니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일까.


누구나,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안정적인 반복이 있기에 갈망하는 또 다른 갈증이고 욕구.

그래서 주말텃밭, 교외에서의 고즈넉함 쉼은 일부 도시인들에게는 큰 쉼표 역할을 한다. 나 역시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다. 히지만 일탈은 잠시 하고 돌아올 게 아니라면 너무 큰 비용이나 시간, 관계의 소모를 하는 건 위험하다.

 

땅을 사서, 집을 짓고, 텃밭을 하고 여유롭게 주말을 즐긴다? 과연 여유롭고 즐거운 주말이 될까?

그전에 마음을 잘 다지고 생각을 잘 심어놓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땅을 알아보러 다니기 전에 독서부터 했다.

에세이부터 실용서까지 다양하게 읽으며, 흥분을 가라앉히는게 중요하다
 

다양한 관점의 책과 도감 등을 읽고 보며, 현재에 적용해보고 아내와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딸아이도 함께 참여하기 시작했고, 우리 셋은 같은 도화지 내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가는 것처럼 마음속의 설계도를 채웠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되었을 즈음에, 땅을 살 거라고 아내에게 선언했던 거다. 아내도 그 과정을 지켜봤고 함께 했기에, 쉽게 수긍을 하고 나의 다음 실행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기준의 땅을 살 것인가

처음에 생각했던 '땅'의 기준은 이랬다.

토지 매입 가용예산 : 6-8천만 원 수준?
형질(정부가 정한 땅이 가진 쓰임새) :  전(밭), 답(논), 임야(산) 또는 대지(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
편도 이동거리 : 집에서 1시간 이내
희망 면적 : 300평 미만. (300평이 좀 넘어버리면 농업인이 되어야 하니까. 당장은 그보다 작은 땅)
토지의 모습 : 구획 정비가 된 땅(전원주택 토지 분양하는 땅 포함)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거나, 마을 근처에 있어도 조용한 곳. 남향이나 남동향. 혐오시설이나 텃새 없는 곳. 조금만 나가면 읍내가 있는 곳. 주변에 산책하거나 등산할 만한 곳이 있으면 더 좋고.

 

좀 이상적이긴 했다.

이건 기준이니, 진행하며 조건에서 하나씩 현실화시키는 게 필요했다.

 

1. 가용 예산

경기도권 내에서 6-8천만 원으로 좋은 위치에, 좋은 땅과 농막을 짓는다는 건 많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땅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 컨테이너 박스(보통 농막을 컨테이너 박스로 활용한다)가 없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싸고 싼 게 맘에 들 리가..

적어도 1억 이하 정도로 잡는 게 필요해 보였다.

 

 

2. 토지형질

나중에는 집을 짓겠지만, 당장에는 농막을 지을 거니, 농막을 짓는다는 기준으로 다시 살펴보았다.

땅의 형질이 '대지'이면 농막을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농막'은 말 그대로 사를 지으며 휴식을 취하는 사의 개념이다. 그러니, 건물을 짓는 '대지'에서는 창고나 집은 지을 수 있지만, 농막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대지는 패스. 어쨌든 대지는 기본적으로 비싸므로 패스다. (세금도 비쌈)

농막을 지을 수 있는 토지는 임야, 전, 답 등이 있는데 임야(산)는 농업인이 아니면 농막 자체를 지을 수 없는 제한이 있기도 하고 차량이 다닐 길이 없는 경우도 많으니 패스. (참고로, 산림경영관리사는 지을 수 있음)

답(논)은 보통 벼를 키우기 위해 물을 담고 있어야 하니 땅이 아래쪽으로 꺼져있다 도로보다 땅이 낮은 경우가 많고, 토지가 전(밭)에 비해 무르다. 즉, 논 위에 농막을 짓기 위해서는 땅에 자갈이나 흙을 더 깔고, 나중에 농막의 수평이 틀어지지 않게, 바닥 다짐 작업도 필요하므로 추가 비용은 거의 필수이므로 패스.

'그래서 사람들이 대부분 전(밭)을 사서, 농막을 짓는구나'

형질은 전(밭)으로 해야 했다.

 

 

3. 이동거리

1시간 이내의 땅 중에 차량 이동 반경으로 적당한 땅은 보통 몇 억 단위였다. 전답이나 임야는 있긴 했으나, 300평 미만으로 쪼개진 땅을 찾기가 어려웠고, 어쩔 수 없이 이동 거리는 한 시간 반까지는 열어두어야 했다.

 

일부 기준을 다시 수정했다.

토지 매입 가용예산 : 8~9천만 원 정도
형질 : 전
편도 이동거리 : 집에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거리
 

4. 희망면적과 토지 모습의 기준은 바꾸지 않았다.

구획 정리가 되어 있는 땅을 원했다.

그래서 바로 들어가서 농막을 짓고 텃밭을 할 수 있는 토지만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냥 밭이나 땅 모양이 좀 그렇더라도 나중에 내가 정비할 수 있는 저렴한 땅을 생각했다. 

처음부터 정비된 땅을 사야지 하고 생각한 건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토목과 하수, 오수, 우수 처리, 전기/통신 인입을 위한 전봇대 등 이것저것을 고려하면 정비를 해 놓고 판매하는 토지가 오히려 저렴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런 절차를 직접 해도 저렴한 땅을 찾을 수도 있다. 심지어 정비가 되었는데 저렴한 땅을 만날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런 땅은 인터넷으로 찾아본다고 나오지도 않고, 부동산 중개인과 친하다고 나에게 먼저 연락이 오지도 않는다. 마을 이장과 친해지는 과정을 통해 싼 값에 좋은 땅을 찾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역시 나에게 먼저 연락이 온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래서 구획 정리된 필지를 사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조건을 바꾸진 않았다.

최대한 그 기준들을 맞출 수 있는 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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