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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1. 주말농막 시작하기

#5. 토지 계약 전 확인 사항. 그리고 계약

by 팰럿Pallet 2022. 3. 28.

계약. 그리고 덤으로 얻은 것들

땅을 샀는데, 창고와 필요한 물품들까지


사람도 그러하듯, 땅도 인연이 있다.

현장을 중개인과 함께 거닐었던 날을 생각해보니, 이 땅은 우리와 연이 있었던 느낌이 든다.

내가 보게 된 땅은 다른 필지와 달리 옆으로 다른 가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토지였다. 그림으로 설명하자면, 대략 아래와 같다.

대충 이런 모양인데...

이렇게 옆에 이웃이 접하지 않은 독립적인 위치이고 경치도 좋은 높이의 땅인데 왜 안 팔렸을까 하는 생각에, 중개인에게 물어봤다.

 

"그러게요. 사람들이 여기에 창고가 하나 놓여있는 걸 보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보여주고 설명해줘도 관심 없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위 필지와 아래 필지는 계약이 되었는데, 여기만 남았네요."

 

그림에서 보면 계약하려던 필지의 아래 필지에 초록색 네모 선이 보일 것이다. 실제로 저렇게 나눠서 분양이 되어서, 아래쪽은 가구가 다닥다닥 붙을 수밖에 없었다.

내 생각에 우리가 점찍은 필지가 팔리지 않은 건, 아래쪽 필지들은 저렇게 나눠서들 매수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 필지는 비싸게 느껴진 것 같다. 그리고 허름한 창고도 있으니, 예쁜 농막을 가져다 놓고 싶은데 그림이 안 그려졌겠지. 그렇다 보니 굳이 비싼 필지를 안 산 게 아닐까 추측된다. 하지만 모든 필지의 평단가는 같았다. 사람들마다 땅을 보는 저마다의 목적과 쓰임이 다르니 그 판단을 뭐라 할 건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 덕에 우리가 이 필지를 만날 수 있었으니, 이 땅과 우리가 인연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창고도 얻을 수 있겠다.
땅의 위치도 맘에 들겠다.
가족의 동의도 얻었겠다.
이제 남은 건 계약뿐이군!

 


계약하기 전에

결정까지의 과정이 어려운 것이지, 결정이 된 이후에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기에 그다음은 의지만 있다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결정을 하기 전에 물론 해야 할 일이 있다.

 

1. 부동산 수수료율, 취등록세 확인

부동산 수수료율은 가이드되는 법정수수료율이 있지만, 시골이나 지방 부동산의 경우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땅을 보고 오는 길에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이 부동산 수수료율이다. 이왕이면, 메신저로 문의해서 증빙이 될 수 있게 확인하면 더욱 좋겠다. 그리고 취등록세. 취등록세는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사용할 수 있는 계산기도 많기 때문에 찾아서 미리 계산을 한 뒤에 부동산에 얼마나 나올지 다시 한번 점검하면 좋다. 땅을 계약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땅 매입 금액만 있는 게 아니다. 취등록세를 시작으로 토목측량, 건축허가, 정화조 설치, (필요에 따라) 지하수 관정, 전기 인입, 통신 인입, 땅 다짐 비용, 울타리 설치 비용 등등 앞으로도 많은 비용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제비용들을 미리 엑셀 같은 걸로 정리를 해 두면, 내가 가진 예산으로 가능한 땅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다. 무턱대고 계약했다가 나중에 돈이 없어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적은 비용이라도 미리 계산해서 산정해 두는 게 중요하다. (전체적인 비용 계산은 농막까지 다 마무리하고 다루겠다.)

 

2. 토지이용계획 확인원 확인

토지이용 규제 서비스(luris.molit.go.kr)에 다시 한번 들어가서, 계약하려는 땅의 규제사항이나 조례 등을 확인하자. 상수도 보호구역, 비오톱 1등급 구역,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묶여있는 경우라면 건물을 올리기 어렵거나, 정화조 시설 자체가 제한되는 곳도 있다. 꼭 본인의 토지 이용 목적에 필요한 행위들이 가능한 땅인지 먼저 확인하자.

 

3. 등기부등본 열람

요즘은 앱으로도 잘 되어 있어서, 힘들게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열람이 가능하다. 해당 토지에 어떤 담보가 설정되어 있는지. 담보 설정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그 설정 비율을 가지고도 매도인이 돈이 급할지 그렇지 않을지 추정해볼 수 있으니, 계약 전 가격 협상도 이 기준에서 어느 정도 타협을 볼 수도 있다. (표제부, 갑구, 을구 보는 방법은 블로그나 유튜브를 조금만 찾아봐도 나오니 검색해보자)

 

4. 건축물대장, 토지대장 확인

나처럼 창고 가설건축물이 있는 창고부지를 포함하여 계약하려는 경우에는 건축물대장을 확인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냥 아무것도 없는 토지라고 하더라도 건축물대장이 있는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 예전 땅주인이 신고된 건축물을 그냥 빼버린 경우 나중에 그 비용이나 책임은 계약자에게 있다. 그러니 건축물대장을 확인하고 신고된 건축물이 있다면 현장에서 확인을 꼭 하자. 토지 대장은 땅을 사는 거니 기본으로 확인해야 한다.

 

5. 계약서에 명시할 조건 미리 정리

근저당이나 담보 등이 잡혀 있는 땅이라면 계약 체결과 함께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미리 정리하여 명시해야 한다. 보통은 중개인이 알아서 기본적인 조건은 채워주지만, 그 외적으로 필요한 사항들은 명시를 해두자. 나 같은 경우는 창고가 원래 있어야 할 창고 부지가 아니라 다른 지번 위에 올라가 있어서, 창고부지로 원상복구 항목을 추가했다. 그리고 해당 창고의 소유도 함께 넘기도록 명시했다. 이런 것들도 결국 나중에 스스로 하려면 비용이기 때문에 조건으로 달아두면 아무래도 피곤한 일을 덜 수 있으니까. 명시할 조건을 꼭 미리 정리해서 부동산에 방문하자.

 


계약을 하다

가계약금을 걸어두고, 일로 바쁜 몇 주를 보낸 뒤에 부동산에 찾아갔다. 성실하고 정직한 중개인을 만나서, 진행 간에 얼굴 한 번 붉히지 않았다. 이것도 복이다. 매도인 역시 매우 사람이 좋은 분이었다. 양평 주변 땅 개발하는 일을 하시는 분 같았는데, 계약 처리나 진행 조건에 대해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잘 반영해 주셨고, 원래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던 도로 토지도 공유지분으로 더 많이 얹어 주셨다. 물론, 땅을 깨끗하게 털고 싶어서 그런 마음이셨겠지만 기분 좋게 준비해 주셨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소문 많은 전학생 같았던 '창고'의 열쇠를 전달받았다. 바로 그 소문은 매도인의 설명에서 시작되었는데,

 

"창고 안에 물품들이 꽤 많이 들어 있어요. 아마 텃밭 하시면 쓰실만한 것들이 많으실 겁니다. 혹시 쓰레기가 될만한 것들이라고 생각되시면 토지 바깥쪽에 빼놓으세요. 제가 그쪽 공사 나갈 일이 아직 있으니 폐기물 정리도 해 드리겠습니다."

 

창고를 얻은 것도 기쁜 일인데, 이 무슨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말씀이신가. 게다가 폐기물까지 치워주신다니! 인사말이겠지만, 기분은 참 좋았다.


이제는 우리 땅

그렇게 계약을 마무리하고 이제는 우리 땅이 된 주소지로 향했다.

아내도 싱글벙글, 딸아이도 싱긋, 나 역시 기분이 매우 좋았다. 매도인에게 받은 열쇠를 들고, 창고로 향했다.

창고 문을 열어 보고 우리 가족은 정말 깜짝 놀랐다.

창고 안의 모습. 당신도 놀랬는가?

처음엔 이 모습에 웬 쓰레기를 하나도 안 치우고 주셨나 하고 당황했는데, 안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농기구, 장화, 각종 로프, 잔디 씨앗, 야자매트 등 앞으로 주문해야지 생각했던 것들이 가득했다. 책상과 의자, 진열장도 생각보다 상태가 좋아서 조금 다듬어서 그대로 재활용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도인의 말이 인사말은 아니었구나 하며 우리는 히죽히죽 웃었다.

중개인은 이 창고를 잘 수리해서 농막으로 그대로 활용해도 무방할 거라 했지만, 이미 화장실 쪽은 바닥이 깨져 있었고 기본적으로 자제가 낡아서 농막보다는 농사용 창고로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하고 싶었던 목공 작업을 하는 작업장으로도 활용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 날은 이대로의 좋은 기분을 살포시 안고, 중개인이 추천해준 근처 설렁탕집에서 배를 채웠다.

양평 가면 고바우설렁탕 한 그릇 뚝딱!

설렁탕 맛도 진짜 예술이었다. 왠지 양평을 사랑하게 될 것만 같은 맛이었다.

하루의 모든 기분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얼굴 가득, 마음 가득 퍼졌다.

아내와 딸과 돌아오는 길에 어떤 작물을 키우고, 어떤 농막을 지을지 수다 꽃을 피웠다.

 

그래. 이제 농막을 지을 건축업체를 알아봐야지.

그것도 우리 가족 감성에 맞게 예쁘게 지어줄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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