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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1. 주말농막 시작하기

#6. 농막 계약 전 할 일

by 팰럿Pallet 2022. 3. 28.

땅 위에 필요한 것. 먼저 농막부터

우리만의 농막 알아보기


땅을 계약하고, 그다음으로 해야 할 일들이 뭐가 있을까?

 

대략 나열하자면

  1. 농막을 놓고,
  2. 수돗가를 만들고, 전기를 연결하고,
  3. 텃밭을 꾸리고,
  4. 주변 울타리를 정비하고
  5. 그 밖에 등등

정도가 있겠지?


그럼 먼저, 농막부터 알아볼까?

물론 농막을 직접 짓는 분들도 요즘은 많다. 나 역시 이 옵션을 처음부터 제외한 건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제작 주문을 하기로 했다. (나처럼 휴가를 내기 어렵고, 뭘 시작하면 일처럼 매우 신중해지는 직장인에게는 전문성이 담보된 기술을 돈으로 사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돈이 많은 직장인은 아니다.)

 

농막의 가격은 중고 컨테이너 같은 건 100만 원 안팎의 저렴한 것도 있고, 경목 구조로 나름 설계가 들어가고 구조를 잘 뺀 건 4~5천만 원까지도 보았다. 거기에 데크도 하고, 별도의 구조물도 하게 되면 가격은 더 올라가고, 어떤 자재를 하느냐에 따라 자동차 옵션처럼 점점 비싸진다. 그러면 이게 집인가 농막인가 헷갈리기 시작한다.

정말 다양하고 예쁜 이동식 주택이 많다 (출처 : 구글 검색)

 

농막 업체를 검색하거나 방문하기 전에 할 일

어떤 쓰임으로 할 것인지, 언제까지 농막을 활용할 것인지, 이 농막을 나중에 되팔 때도 가치가 있을지, 되팔지 않는다면 그다음엔 어떤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 등등 각자가 고려하는 스케치가 있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매수한 토지에 주택은 약 10~15년 뒤에 지을 생각이므로 그전까지 농막을 두고 텃밭과 시골에서의 삶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길 바랬다. 나중에 되팔아도 좋겠지만, 되파는 쪽보다는 이 농막을 추후에 게스트룸이나 민박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집이 될 수 있게 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철제 컨테이너보다는 경목 구조의 목주택 이길 바랐다. 

 

정리하면,

  • 구조는 경량 목구조
  • 활용 기간은 10~15년
  • 활용기간 이후에도 게스트룸 또는 하우스로 활용 (되팔지 않음. 즉, 내 스타일로 계속 개보수한다.)

 

그리고, 그다음은 어떤 외관을 갖출지, 그리고 각 방향에 창문과 문의 위치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농막 업체들은 기성품을 찍어내듯이 만들기도 하지만, 일부 수정을 받아주기도 한다. 그러니 미리 그런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된다.

가족과 이야기를 하며 미리 그려본 농막의 모습

나 같은 경우는, 가족과 대화를 하며 생각하는 바를 전하기 위해 그렸다.

아래의 이야기는 순전히 나의 기준 이야기이니, 이게 일반적인 기준은 아님을 먼저 말해 둔다.

방향은 남쪽 방향으로 농막 전체가 균일하게 햇볕을 받을 수 있게 하자.

창문은 문을 대체할 만큼 넓고 클 필요가 없어. 왜냐면 어차피 한 발자국만 문을 열고 나오면 자연이니, 굳이 창을 넓게 빼서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게 할 이유가 없으니까.

지붕의 처마는 길게 빼자. 여름에 해가 농막 안에 길게 들어오지 않게 하고, 비나 눈이 직접 외벽에 닿는 것도 어느 정도 막아줄 테니. 처마 길게 뺀 쪽에 현관문도 설치하면 좋겠군.

동쪽 방향에는 창을 가로로 길게 빼자. 동쪽에 산의 경치가 시원하게 잘 들어오고, 아침의 햇살이 농막 안에 잘 들어오게 하고 싶으니까. 그러려면 굳이 열고 닫히게 하지 말고 통창으로 해야 시원하겠네.

다락도 그 동쪽 방향 위치의 위쪽으로 둬서 산을 보며 깨고 잠들면 좋겠다.

농막 주변엔 데크를 설치해서 비가 와도 비가 농막으로 직접 튀지 않게 하고, 데크를 농작물 말릴 때나 외부에서 밥 먹고 차 마실 때 활용하면 좋겠네.

 

 

땅 전체의 배치 모습도 그려보았다.

농막 내부 구조와 정화조와 관정(지하수)을 배치할 위치도 미리 잡아보고, 텃밭과 주변 울타리 계획도 미리 그려보면서 아내와 딸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텃밭도 일반적인 방식보다는 관리가 편하게 쿠바식 텃밭(텃밭상자)으로 해보자고 하고, 울타리가 조경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이러한 기준들은 실제로 농막을 지어줄 제작업체를 만났을 때 큰 도움이 되었고, 나의 이런 그림들로 그들도 내가 원하는 바를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해주었다.


농막 제작 업체 찾기

요즘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농막을 팔고 있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확실히 가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업체를 찾기가 쉽다. 물론, 땅을 매수한 지역이 양평이고, 양평이 워낙 이동식 주택 또는 농막에 대한 수요가 있다 보니 양평 주변에서 농막 제작 업체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워낙 날림으로 하는 곳들이 많으니, 신뢰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

 

내가 찾는 기준은

  • 경목 구조로 제작을 원했으므로, 경목 구조의 목주택 건축 경험이 적어도 10년 이상 있는 회사
  • 계약 후 AS기간이 짧지 않은 회사
  • 촌스러운 디자인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나름 세련된 디자인(인테리어, 익스테리어)을 요구하고 받아줄 수 있는 회사
  • 제작 가격이 합리적인 회사

였는데, 찾는 게 쉽진 않았다.

 

인터넷으로 먼저 검색하고,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농막 견본을 보고, 필요한 부분을 질문하고 그리고 방문하는 순서로 업체를 찾았고, 운이 좋게도 위의 조건에 잘 들어맞는 한 업체를 찾게 되었다.

업체 방문 시, 제작 중이었던 다른 분의 농막

방문 당일에 계약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제작하고 있는 여러 농막을 들여다보고 각 자재별로 들어가는 비용이나, 제작 스케줄, 그리고 해당 업체만의 특성 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업체도 몇 곳 알아봤지만 이 곳에서 느꼈던 신뢰가 나에겐 인상적이었고, 젊은 설계팀장님이 계셔서 세련되게 작업을 하시고 계셨기에 상대적으로 더 마음이 갔다. 원래 목구조의 주택을 건축하는 업체인데, 농막의 수요가 많으니 농막에 비중을 더 두고 진행하시는 것으로 보였다. 

 

결국 우리는 이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농막 업체는 농막 제작과 별도로 정화조, 지하수 관정은 미리 진행해 두어야 한다고 했다. 업체는 계약 다음 주에 설계도와 전면도를 작업해 주기로 했고, 우리는 가설건축물 신고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어려움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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