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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1. 주말농막 시작하기

#3. 현장 임장과 결정

by 팰럿Pallet 2022. 3. 28.

나의 발품 원정기

내 생애 다시... 이런 날이 올까 싶습니다


발품 원정 후보지

앞의 글에서 이야기한 방식으로 알아본 토지의 지역은 크게 용인, 여주, 양평 이렇게 세 지역이었다. (아마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수도권 거주자 분들은 비슷한 지역에 관심을 갖고 계실 것 같다.)


용인

처음엔 집에서 40분 이내로 갈 수 있었던 용인의 어느 산속 땅부터 방문하였다.

방문 전부터 난 아내에게 이 땅의 장점에 대해 마치 부동산 중개인처럼 설명을 하기 시작했고, 뜨뜻미지근했던 아내도 조금씩 눈과 귀를 열어서 가보자고 했다. 부동산에 연락을 하니, 토목을 정비하여 구획을 나누어 놓은 토지별로 금액과 주소 정보를 카톡으로 전달해 주었다. 직접 오진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때부터 불안함을 느끼긴 했다. 왜 부동산 중개인이 주소만 주고 가보라고 했을까. 이런 상황이 잦기 때문에 굳이 오지 않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위성 뷰나 로드뷰로 봤을 땐 매우 만족스러웠던 땅이었는데, 실제로 가서 보니 도로 사정부터 주변 여건까지 정말 너무 달랐다. 땅 자체가 아주 나쁜 건 아니었다. 다만, 가는 길이 트럭 천지에 매우 좁은 콘크리트 포장도로였고, 밤이 되면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도로 사정이 열악했다. 정확히는 도로가 아니라 농로였다. 가까운 곳에는 뭘 만드는지 모를 소규모 제조 공장들과 캠핑장. 짓다 만 시설들, 높고 높은 송전탑 등이 줄지어 있었다. 이 땅은 남향이고, 집에서 차량으로 가깝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장점이 없었던 거다.

아쉬웠던 용인의 토지. 2018년 9월

그 이후에도 용인 지역의 다른 땅도 열심히 알아보았지만, 마음에 들만한 곳이라면 내 예산 기준에서는 매우 비싸거나, 맹지(도로가 없는 땅)였다.

그렇게 용인은 포기하게 되었다.


여주

두 번째 방문했던 지역은 여주. 

집에서는 차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 퍼져 있는 지역이고, 주변 여건 면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적어도, 지도 상으로는 말이다. 남한강과 가깝고, 주변에 유원지나 숲, 자전거길 뿐만 아니라, 시내 접근성도 좋고 전철역이 가까운 지역도 있었다. 특히 약간 원주 쪽에 붙어 있는 동네까지 가면, 여기가 강원도 아닌가 하는 착각이 생길 만큼 공기도 환경도 좋았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곳들은 생각보다 고가도로에 가까이 붙어 있어 시끄럽거나, 면적이 너무 좁거나, 금액대가 너무 높거나, 혐오시설이 가까이에 붙어있었다. 예를 들면, 가까운 곳에 송전탑, 쓰레기 소각장이 있기도 했고, 축사와 마을 공동묘지도 꽤 많았다. 송전탑의 경우 지도 사이트에서 항공 뷰로도 잘 확인이 안 되었기에 아쉽게 뒤돌아서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정말 맘에 들고 가격도 딱 맞는 곳이 나오면 어김없이 이미 선계약금을 보낸 사람이 있다며 중개인에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아니, 어떻게 땅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돈부터 보내지?'

정말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계약들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 번은 나도 미리 발품을 판 동네에 맘에 드는 토지가 나와서 전화로 바로 계약하려고 연락을 해 봤다. 그런데 매도인이 매도 철회를 하고 안 팔겠다고 했다. 또 한 번은 맘에 꽤 드는 자리가 나와서 확인해보니, 이단 종교의 거대한 교육관이 근처에 있었다. 나에게는 혐오시설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곳이었기에. 이 역시 아쉽지만 포기해야 했다.

 

2018년부터 알아보기 시작한 땅 찾기 프로젝트는 2019년 10월까지도 크게 진척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땅을 보러 다니다 보니, 내가 꿈처럼 말하던 나의 구상은 어느새 우리의 것이 되어 있었다.


양평

양평은 사실 제일 처음에 고려했던 곳 중에 하나였다. 처음에는 퇴촌 아니면 양평을 생각했는데, 그때는 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리고, 서울 쪽을 경유해서 가야 하는 곳이라서 후보에서 제외했었다. 그리고, 금액적인 면에서도 꽤 부담되었다.

하지만, 용인과 여주 지역을 1년 가까이 랜선과 차량으로 돌다 보니, 양평은 꽤 좋은 선택지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다시 양평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얼마지 않아 맘에 드는 몇 곳을 찾았다.

부동산에 방문해서 내가 찾은 곳들을 이야기하자, 다 데려다줄 수는 있지만 다른 곳을 보는 게 나을 거라며 다른 매물들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장삿속인 줄 알고 내가 찾은 곳들을 이후에 방문해 보았지만, 그는 정직한 중개인이었음을 다시 확인했다.)

양평에서는 꽤 핫한 지역 내의 맘에 들었던 토지

토지 중에 꽤 맘에 들게 나온 토지였는데, 이 당시에는 토목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땅은 양평 시내에서도 차로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데, 주변 경치도 좋고 주변에 개울이나 산, 편의시설 등의 환경도 참 좋았다. 거의 여기로 결정할 뻔했지만 몇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매물로 나온 땅 바로 위쪽에 경매로 나와 있는 절. 그리고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는 수많은 집들. 

절이 이단 종교에 팔리거나, 그냥 폐가로 남아 있게 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었고, 주변에 집들이 너무 붙어 있다 보니 작게 텃밭과 농막을 가져다 놓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길이 매우 좁은데 주변의 집들이 너무 내 땅 내 땅 표시를 울타리로 잘해 두어서, 차 한 대가 지나가기도 좀 버거웠던 것도 맘에 걸렸다. 사실, 그보다 도시의 집터를 보는 것 같아 싫었다. 이렇게 틈도 없이 주택을 지을 거라면, 도시의 작고 싼 땅을 사서 협소 주택이 낫지, 이렇게 1~2시간을 차로 내달려서 와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다음에 본 곳은 양평 시내에서는 20분 이상 더 동쪽으로 가야 하는 곳이었다. 

마을에서도 거리가 있긴 했지만 주변에도 드문드문 농가가 있었고, 구획도 잘 되어 있는 토지였다. 특히 맘에 들었던 점은 경치와 향이었다. 동향이지만 남쪽도 열려있고,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그 땅에 서 있으면 경치가 계절의 벽지처럼 느껴졌다.

계절을 온전히 담아내던 운명의 땅. 날씨도 좋네

이 땅은 매물이 몇 개월 전부터 나와 있는 곳이었고, 영상이나 부동산 매물로는 익히 보았던 곳이다. 그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땅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사뭇 달랐다.

 

땅이라는 게 그렇다. 

나도 이렇게 발품을 팔면서야 알게 되었다. 

직접 보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세상을 살면서 만나는 인연과도 같다.

그래, 좋은 인연을 만났구나.

 

아내가 눈으로, 딸은 몸짓으로 오케이라고 신호를 보냈다. 

내 마음도 이 자리에 닻을 내렸다.

이렇게 원정기는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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