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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1. 주말농막 시작하기

#2. 땅 임장 준비

by 팰럿Pallet 2022. 3. 28.

그 땅에 가보자

맘에 드는 밭을 찾아 떠나기 위한 준비


아내는 밤마다 거의 매일 노트북을 켜놓고, 카카오맵을 보면서 전국의 땅을 로드뷰와 항공뷰로 찾아보는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여기서 '흐뭇하게'란 뭐랄까, 아들내미가 꽤 집중할만한 작은 취미를 꾸준히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과 유사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퇴근하고 돌아오면 쉬기 바빴고, 활력도 없었는데, 이렇게 목표를 가지고 하다 보니 조사하고 찾아보는 것 자체도 꽤 즐거운 일이었고,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아내에게 진행 상황을 공유하거나, 찾은 땅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뭘 보고, 뭘 버려야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도 생겼다. 아내와 미래에 대한 대화도 점점 더 많아지고, 대화가 하고 나면 또 행복했다.

검색과 대화 속에 우리가 방문해야 할 땅에 대한 정보는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었다.


 

랜선 발품은 어떤 순서로?

사람마다 기준이 있을 테지만, 나는 대체로 이런 순서로 진행했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고 카카오맵에 들어간다. 먼저, '반경 재기' 기능을 켜고, 반경 60km 정도로 잡는다. (이 정도면 가는데 한 시간 거리)

지도보기를 '스카이뷰'로 바꾸고 초록 초록하고, 산골짜기 같은 곳들을 체크한다.

체크해 둔 지역을 각각 확대해서, 자세하게 본다.

땅의 지형이나 주변 환경이 괜찮아 보이면 '레이어'에서 '지적 편집도'를 켠다.

'지적 편집도' 상에서 '계획관리지역', '보전관리지역' 등의 지적 형태를 확인한다. - 이 두 지적만을 보는 이유는 땅을 사게 되면 결국은 농막을 지을 생각이고, 그 밖에 생각하는 것들에 적합한 곳이 이 두 가지 지적이어서 선택했다.

카카오맵을 통해 땅의 기본적인 정보를 얻었다

대략 나쁘지 않으면, 유튜브에서 해당 지역의 주소를 대략 검색해서 부동산의 영상 매물을 찾아본다. 영상 매물은 대부분 드론을 띄워서 땅 주변 여건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매우 요긴한 정보다.

부동산에서 제공하는 토지 매매 동영상 콘텐츠를 보며, 확인했던 지역과 겹치는 지역이 있는지도 보고, 주변의 다른 추천 부동산 물건들도 확인한다.

정말 마음에 드는 토지가 있으면 토지이용 규제정보서비스(LURIS - luris.molit.go.kr )에 들어가서 토지이용 규제정보, 용적률, 행위제한, 건폐율 등의 정보를 다시 확인한다.

벨류 맵(www.valueupmap.com)에서 해당 주소지의 토지, 건물 정보 등을 확인하고, 주변에 매매된 부동산 시세를 확인한다.

토지이용 규제정보서비스는 필수적으로 봐야 할 정보로 가득하다
벨류맵에서 주변 토지 거래시세나 토지정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만족할만하다면 관련 블로그, 카페, 뉴스를 통해 정보를 찾아본다. 주변에 송전탑, 축사나 공장, 쓰레기 소각장 등으로 마을에 문제가 있진 않았는지, 집성촌이거나 텃새로 이주자들이 어려움을 겪진 않는지, 인삼밭이나 과수원이 있는지(있다면 피한다. 농약을 매우 많이 뿌리므로), 나온 토지가 분양된 토지라면 언제부터 분양되었고, 시행사가 어디인지, 그 시행사가 과거에 이력이 어땠는지 등을 찾아본다.

이 정도 살펴보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는 토지로 보이면, 해당 물건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들에 미리 연락을 해서 일정을 잡고 방문할 토지 명단에 올려놓는다.

 

사실, 이보다 더 많은 확인 항목들이 있다. 그 항목들은 각자의 목표에 따라 다르다. 그러니, 목적이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자기 기준을 세운 뒤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보아야 한다. 이런 체크리스트들은 관련 도서나 웹서핑, 유튜브에 올려져 있는 영상 강의 등을 참고하면서 자기에 맞게 변형하면 된다. 조금만 찾아봐도 정말 많은 정보가 있다. 또한 토지나 부동산, 건축, 농업과 관련된 여러 전문용어들을 숙지하고 방문하고자 하는 지역의 조례나 법령, 제한사항 등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여행 중이나 드라이브 중에 마음에 들었던 곳의 주변 부동산을 방문을 하면서 더 좋은 토지를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집 식구들은 여행이나 드라이브를 아주 자주 즐기는 편이 아니었기에 나 혼자서 이렇게 찾는 방법을 택했다.

참고로, 여행 중이나 드라이브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서 주변 땅을 알아보고 싶은 거라면, 해당 지역 톨게이트 통해 나오는 주변에 부동산이 몰려있는 경우가 많으니, 그 부동산들에 사전 연락을 해서 방문 일정을 잡고 상담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렇게 준비가 되었다면 땅에 가보자

 

현장 방문은 할 때는

유튜브 부동산도 꽤 많아서, 실제로 가보지 않아도 땅을 본 것 같은 착각을 갖기 쉽다. 하지만, 꼭 방문해야 한다. (생각보다 방문하지 않고 큰돈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놀라운 일이다.) 실제로 가보면 정말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럼 언제 방문해야 할까?

 

땅은 가능하다면 겨울에 보러 가자

땅은 민낯이 드러나는 겨울철에 가보길 추천한다. 겨울이 좋은 건 주변에 수풀이 다 앙상해지면서 묘지와 방치된 시설들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그뿐만 아니라, 땅이 얼어 있기 때문에 해가 어디부터 비추는지 알 수 있다. 해가 아침부터 비추는 곳은 땅이 녹아 있다. 같은 남향 땅이더라도 해가 더 잘 들어오는 남향 땅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땅에 집을 지으면 난방비가 더 적게 들고, 텃밭을 하면 채소들도 잘 자랄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제대로 안보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토질이다.

 

땅을 보러 간 거니, 토질을 잘 살펴보자.

나의 단기 목적은 오두막과 텃밭을 위한 용도이다. 장기적으로는 그 땅에 집을 짓고 노후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려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땅인지와 토목공사에 어려움이 없는 토질인지를 알아야 한다. 토질은 겉으로 봤을 때, 비옥해 보인다고 느껴진다면 그게 거의 80% 정도는 정확하다고 한다. 눈으로 확인한 흙의 색은 그 소재(부식, 점토의 양, 점토광물의 종류)의 색이다. 검붉고, 질척거리는 흙은 점토와 부식이 충분해서 수분과 양분을 유지할 수 있다. 참고로, 토질을 정확히 알고 싶다면 흙을 모종삽으로 한 삽 퍼서 농업기술센터에 무료로 의뢰해 볼 수 있다. 

무슨 의뢰까지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쓰레기가 매립된 땅을 모르고 샀거나, 경치만 보고 땅을 샀다가 밭으로 쓸 수 없는 토질이거나, 지하수로 음용할 수 없는 토질의 땅이어서 관정을 파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리고 주변에 혹시 집이 지어져 있거나, 땅의 상황을 볼 수 있다면 암석이 많은지도 파악해봐야 한다. 암석이 많으면 나중에 지하수 관정을 팔 때도 애먹을 수 있고, 집을 지을 때 암석을 깨 내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깎아서 만든 토지들은 이런 점을 특히나 잘 확인해야 한다.

 

땅도 마음에 들고, 주변 여건도 나쁘지 않다면 이제 질문을 해야 한다.

 

땅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물어보자

마을 사람이나, 옆 토지의 분양인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게 좋다. 양평같이 서울 근교는 주말에 사람이 많으니, 되도록이면 주말에 방문해서 주변에 사람을 만나보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지하수 관정을 팔 때 물이 얼마나 나왔는지. (물이 얼마 안 나와서 물탱크를 같이 써야 할 수도 있다.) 외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겨울에 눈 오면 차 끌고 다니기 어렵진 않은지, 하수나 우수 배관은 어떻게 쓰는지, 쓰레기 배출은 어떻게 하는지, 이 동네에서 살며 불편한 점이 뭔지 등등 적극적으로 물어보면, 획득할 정보는 더더욱 많다. 사람이 없다면 부동산 중개인에게 물어보겠지만 땅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니, 솔직한 답변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중개인에게도 기본적인 사항들은 꼭 물어보자. 통신선로, 전기인입, 허가나 신고의 이슈, 주변 맛집이나 읍내에 대한 유용한 정보 등.

만약, 주변에 사람도 없고 중개인도 무뚝뚝하다면 지역신문이나 커뮤니티를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보자. 운이 좋다면 매우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마음에 든 땅의 동네나 지역과 관련된 인터넷 지역신문을 통해 텃세가 심한 집성촌, 돼지열병 가축 매립으로 인해 음용 불가해진 지하수 문제 확인하여 매수를 포기한 적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땅에 가족과 함께 가보자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은 예외다. 하지만 나와 같이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가족의 손을 잡고 함께 가 보았으면 한다. 가족은 내가 보지 못한 모습을 보기도 하고, 나의 흥분을 가라앉혀 주기도 한다. 그리고 함께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귀찮아하던 가족도 함께 다니다 보면 휴게소나 마을이나, 그 자연에서 우리만의 추억이 생기고, 왜 땅이 필요한지도 서로에게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장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모든 행복한 가족은 공통된 점이 있다.
그러나 모든 불행한 가족은 다양한 이유로 불행하다.

 

땅을 마련하려고 했던 그 시작점에는 내가 있고, 나의 가족이 있다. 같은 꿈을 키우며 함께 다니다 보면 행복은 꼭 따라와 있다. 우리가 땅을 알아보기 시작한 건 행복하기 위해서니까, 땅에 가족과 함께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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