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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30

가을의 문턱에서 2020.9.14 '가을이구나.' 이 말을 입 안팎으로 내뱉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셔본 사람이 나뿐이겠는가. 달력을 보니, 지난 월요일이 '백로(白露)'였다. '백로'는 절기상 처서와 추분 사이에 있는 시기다. 한자를 그대로 풀면 '흰 이슬'. 의역하자면, 이슬이 맺히는 시기. 보통 이 시기가 지나면 태풍이 가고 완연한 '가을'로 들어선다. (조상님들이 만든 이 24절기는 정말 신기하기도 하다. 지구가 이렇게 아파도 절기는 참 잘 들어맞는다.) 한 주 사이에 배추와 무는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신기한 건 배추 같은 경우, 물이 많이 고인 쪽의 배추는 덜 자랐다. 배수가 잘 되어야 배추는 잘 자라는 것인가. 찾아보니 그렇다. 배추는 배수가 중요하다. 배추=배수 아내는 더 추워지기 전에 마늘, 양파 .. 2022. 4. 8.
#20. 준공을 위한 파쇄석 걷어내기 2020.7.7 농막 준공 승인이 지연되는 이유가 이거였어? 이번 이야기는 양평에서 2020년에 농막에 대한 준공 승인 당시의 이야기이며, 현 시점에는 관련 정책이 달라졌을 수 있으니, 진행시에는 꼭 담당 주무관을 통해 확인하시고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한동안 연락이 없던 건축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건축사사무소에서 오는 알림 소리는 참 설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길고 긴 농막 준공 승인 절차가 이제 마지막만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사 그가 남긴 메시지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준공 승인이 난 게 아니었고, 한 가지 이행 조항이 더 달렸다. 우리 농막이 바로 준공이 나지 않은 이유는 바로, '파쇄석' 때문이었다. 파쇄석이란, 큰 바위돌을 가공할 때 주변에 부서진 작은 자갈 크기의 파편화된 .. 2022. 4. 6.
#19. 타프 설치와 쿠바식 틀밭 마무리 2020.8.24 비 온 뒤 농막을 단장해봅니다 금요일 저녁까지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비의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주말의 날씨예보는 비. 비. 비였다. 기상청을 믿지 못해서 해외 기상청 서비스를 요즘 많이 이용한다던데.. 아내도 뒤질세라 미국과 노르웨이 기상청 정보까지 찾아본다. 토요일 오전에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 월요일까지 쉬는데, 내일 갈까?"라는 이야기도 꺼내보았지만, 아내는 "비 오는 거 생각하면, 과연 갈 수 있을까?" 라며 계획을 틀지 않길 바랐다. 맞는 말이다. 비 온다, 덥다, 습하다 등등의 핑계를 댄다면 일 년에 몇 번이나 가겠는가. 그래 가자. 차에 시동을 걸었다. 고속도로 바닥은 밤이 되어 더 까맣게 비에 젖어 있었다. 양평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비의 기세는 줄.. 2022. 4. 6.
장마가 지나간 자리의 텃밭 2020.8.30 고슬고슬 잘 마른 옷과 부들부들한 수건들이 거실 한 켠에 쏟아져 있다. 여름이라, 건조기를 더 자주 사용할 수 밖엔 없는데, 건조기에서 쏟아져 나온 옷들은 갓 한 빵처럼 따뜻하고 고슬거린다. 아내가 꺼내놓은 옷과 수건을 하나씩 개다 보면 우리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 낡아서 너울거리고 있는 티셔츠의 목과 팔. 티셔츠 한쪽 구석에 생긴 작은 땜빵. 얇을 대로 얇아진 오래된 수건. 닳아서 스타킹이 되어가는 양말 한 짝. 새 옷, 새 수건이라고는 잘 찾아보기도 힘든 빨래 더미를 하나씩 개키며 정리하다 보니, '참. 억척스럽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그래서 우리가 이만큼 일궈낸 거지'하는 생각이 서로 쓰담 쓰담해 주고 있다. 그런 우리 부부가 알지도 못하는 양평이라는 동네에 땅을 마련하여.. 2022.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