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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초록생활32

장마가 지나간 자리의 텃밭 2020.8.30 고슬고슬 잘 마른 옷과 부들부들한 수건들이 거실 한 켠에 쏟아져 있다. 여름이라, 건조기를 더 자주 사용할 수 밖엔 없는데, 건조기에서 쏟아져 나온 옷들은 갓 한 빵처럼 따뜻하고 고슬거린다. 아내가 꺼내놓은 옷과 수건을 하나씩 개다 보면 우리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 낡아서 너울거리고 있는 티셔츠의 목과 팔. 티셔츠 한쪽 구석에 생긴 작은 땜빵. 얇을 대로 얇아진 오래된 수건. 닳아서 스타킹이 되어가는 양말 한 짝. 새 옷, 새 수건이라고는 잘 찾아보기도 힘든 빨래 더미를 하나씩 개키며 정리하다 보니, '참. 억척스럽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그래서 우리가 이만큼 일궈낸 거지'하는 생각이 서로 쓰담 쓰담해 주고 있다. 그런 우리 부부가 알지도 못하는 양평이라는 동네에 땅을 마련하여.. 2022. 4. 5.
장마 속의 텃밭 걱정 2020.8.13 무서운 비와 오프라인 CCTV 지난주에는 비도 너무 많이 왔고, 개인적인 일정도 있어서 농막을 가보질 못했다. 1년에 4번만 충전하면 된다던 CCTV는 배터리 방전으로 오프라인 상태가 되었다. 아마도 잦은 비로 인해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자주 작동하면서 배터리 소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아, 슬프다. 매일 볼 수 있던 CCTV를 못 보니,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뿐인가, 양평 커뮤니티와 뉴스를 통해 양평 소식을 들을 때마다 걱정이 앞섰다. 물어 난 물과 무너진 제방. 쓰러진 나무들을 보며, 혹시 우리 농막도 뒷산의 나무가 쓰러져서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닐지, 얼마 안 되는 농작물이 엉망이 되어 있진 않을지 좌불안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잠깐이라도 다녀와봐 마음이 급해진 나는 .. 2022. 4. 5.
#18. 진행사항 중간점검 2020.8.13 장마 속에 농막은? 토지 계약부터 농막 준공까지 대체 얼마나 걸리는 거지? 태풍의 피해 때문인지, 준공 접수 처리 조차 깜깜무소식이다. 계약한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니, 작은 땅에 농막 하나 올려 법적 절차대로 준공을 받기까지 너무나도 긴 시간이 걸린다. 사리가 나올 것 같다. 2019년 11월 - 양평 땅 계약 2020년 1월 - 양평 땅 최종 잔금 2월 - 농막 제작 업체 방문 및 계약 3월 - 개발행위허가를 위해 토목설계. 건축사 사무소 계약. 개발행위허가 접수 4월 - 지하수 관정 업체 계약 5월 - 개발행위허가 승인, 지하수 관정 개발, 정화조 설치, 농막 설치, 전기 설치 6월 - 정화조 브로워 설치, 농막 데크 설치, 정화조 준공검사, 지하수 수질검사 7월 - 지.. 2022. 4. 5.
22년 4월 3일 겨울 동안에.. 양평의 겨울은 꽤 길고 깊고 진하다. 아직, 우리는 이 겨울을 잘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도시 물이 많이 들어서, 아직은 어려운 거지.. 거의 3개월을 쉬었다가 3월에서야 농막에 방문했다. 농막과 주변 땅은 아직 툰드라 지대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웃 농막은 활기가 넘쳤다. 다들 겨울에도 계속 방문했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노동 보호자라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노동을 매우 즐긴다. 일주일 동안 사무실과 집 안에서 각자가 해내야 할 일들을 꾸역꾸역 삐질삐질 해 내다보면, 땅이 그립고, 또 땀이 그립다. 그래서 평소에도 아침저녁으로 틈이 나면 동네 산책을 하는 편이다. 노동도 아니지만, 걷다 보면 느껴지는 몸의 기운이 좋다. 4월이 되어서야 이렇게 노동 일기를 다시 시작.. 2022.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