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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반장세, 이장세를 내라고요? 하루 종일 뚝딱뚝딱 뭔가를 만들고, 또 가꾸다가 보면 재료가 부족해질 때가 있다. 그럼 어김없이 아내와 나 누군가는 읍내에 다녀와야 한다. 이번엔 아내가 집중모드라 내가 다녀올 차례였다. 읍내의 철물점과 하나로마트에서 필요한 걸 사고, 오르막길을 따라 농막으로 올라오는데,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농막에서 나오고 있었다. 얼떨결에 인사를 나누고 들어갔는데 아내가 다소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누구예요? 여보." "이 동네 반장님이시래." "반장님?" "응. 반장님." "동네 반장님이 우리 농막에는 왜?" 아내의 입에서 반장이라는 말이 나올 때 직감했다. 아 반장세, 이장세를 받으러 왔구나. "응. 반장세, 이장세 1년에 각 2만 원씩. 4만 원 내라고 하네. 근데 좀 황당하다. 어디에 쓰는.. 2022. 5. 1.
22년 4월 30일 4월은 사진으로 찍으면 크게 다를 게 없고, 그저 몸이 바쁜 달이다. 아내는 지난 3월부터 집에서 씨앗으로 모종을 만들었다. 만든 모종의 수는 꽤 많은데, 나는 아내가 말해줄 때마다 '아, 그렇군!'하고 대답을 하고는 뒤돌아서면 '이게 뭐였더라?' 하며 다시 아내를 부른다. 아내는 내가 꽤 귀찮을 거다. 그래도 아이 대하듯이 이것 토마토고, 이건 수박이고, 이건 옥수수고 하면서 하나하나 잘 설명해준다. 그렇게 집에서 키운 아가 모종들을 가득 싣고 양평으로 떠난다. 양평은 그동안 비도 오고, 다시 추워지기도 하고, 따뜻해지고를 반복했다. 지난 번만 해도 잔뜩 상기되었던 땅들이 이젠 모두 긴장이 풀린 상태다. 좀 늦었지만, 농협에 가서 유기질비료(사실상 소똥)를 6포대 사 왔다. 우리는 나무로 틀 밭을 만들.. 2022. 5. 1.
#22. 농막 대문 셀프 제작 2020.10.4 농장 같은 농막 대문 만들기 대문, 울타리 설치 비용은 왜 이렇게 비싼 거야? 다른 농막들을 보면, 농막 설치 후 제일 먼저 울타리와 대문을 단다. '함부로 들어오지 마세요'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여기까지는 우리 공간이니 마음대로 꾸미고, 또 가꾸겠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는 이 큰 공사를 제일 뒤로 미뤄두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용'이다. 울타리와 대문은 보통 철제로 기제작 된 구성품을 직접 구매하여 셀프로 설치하거나, 사람이나 업체를 불러 원스탑으로 맡긴다. 근데, 두 가지 다 알아봤지만 비용이 꽤 나간다. 몇백만 원은 우습게 나간다고 보면 된다.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 가격은 몇십만 원이지만, 인건비와 부자재 비용 등을 포함하면 몇백만 원..) 그만큼 중요한 .. 2022. 4. 14.
가을의 텃밭 2020.9.23 이번 주에는 틀밭을 더 늘렸고, 작물에 자동관수 시스템을 만들려고 몇 가지 시도를 했다. 그리고 과실나무들을 새로 심고, 작은 정원도 더 가꾸었다. 앵두나무도 심고, 자두나무도 왕자두와 일반 자두로 2그루를 샀다. 포도나무도 1그루. 바위틈 사이에 자생한 낮달맞이꽃을 옮겨와서 텃밭정원에 심었다. 그리고 각종 국화와 허브류도 더 사서 심었다. 겨울을 날 수 있는 녀석들로만 잘 골랐다. 당근과 무는 정말 잘 자란다. 너무 많으니, 일부 작은 녀석들을 솎아줬다. 솎은 녀석들도 요리도 해 먹고, 김치도 했는데 향도 진하고 너무 맛있었다. 무르익은 가을이 풍경으로 펼쳐진다. 근데, 이 곳. 정말 시골이다. 시골은 저녁도 빨리 오지만, 계절의 변화도 빠르다. 여기 양평은 아직 9월인데도 저녁 6시.. 2022. 4. 8.
#21. 준공완료! 농막마련 절차 정리 2020.9.22 농막을 시작하려 한다면? 19년도 11월에 땅을 계약하고, 2020년 새 해 달력을 건지도 9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달력을 아홉 장째 넘기고서야 '준공 완료'라고 적을 수 있게 되었다. 농막을 시작하시려는 분들에게 드리는 작은 팁 여러 가지 깨달은 것이 많지만, 그 간의 경험으로 몇 가지 정리를 해 보자면, 01. 해당 지역의 제약 조건을 먼저 확인하자 농막을 짓고, 텃밭을 꾸미며 살고 싶다면 지역을 먼저 택하기 전에 해당 관할 군청이나 구청에 농막 허가 절차가 어떠한지 먼저 확인 하자. 어떤 지역은 정화조 설치가 아예 불가하기도 하고, 어떤 지역은 개발행위허가를 받고, 오수 합병정화조를 설치해야만 가능한 지역도 있다. 그리고 어떤 지역은 신고하고 뭐든 다 해도 뭐라 하지 않는 지역도 .. 2022. 4. 8.
가을의 문턱에서 2020.9.14 '가을이구나.' 이 말을 입 안팎으로 내뱉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셔본 사람이 나뿐이겠는가. 달력을 보니, 지난 월요일이 '백로(白露)'였다. '백로'는 절기상 처서와 추분 사이에 있는 시기다. 한자를 그대로 풀면 '흰 이슬'. 의역하자면, 이슬이 맺히는 시기. 보통 이 시기가 지나면 태풍이 가고 완연한 '가을'로 들어선다. (조상님들이 만든 이 24절기는 정말 신기하기도 하다. 지구가 이렇게 아파도 절기는 참 잘 들어맞는다.) 한 주 사이에 배추와 무는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신기한 건 배추 같은 경우, 물이 많이 고인 쪽의 배추는 덜 자랐다. 배수가 잘 되어야 배추는 잘 자라는 것인가. 찾아보니 그렇다. 배추는 배수가 중요하다. 배추=배수 아내는 더 추워지기 전에 마늘, 양파 .. 2022. 4. 8.
#20. 준공을 위한 파쇄석 걷어내기 2020.7.7 농막 준공 승인이 지연되는 이유가 이거였어? 이번 이야기는 양평에서 2020년에 농막에 대한 준공 승인 당시의 이야기이며, 현 시점에는 관련 정책이 달라졌을 수 있으니, 진행시에는 꼭 담당 주무관을 통해 확인하시고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한동안 연락이 없던 건축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건축사사무소에서 오는 알림 소리는 참 설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길고 긴 농막 준공 승인 절차가 이제 마지막만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사 그가 남긴 메시지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준공 승인이 난 게 아니었고, 한 가지 이행 조항이 더 달렸다. 우리 농막이 바로 준공이 나지 않은 이유는 바로, '파쇄석' 때문이었다. 파쇄석이란, 큰 바위돌을 가공할 때 주변에 부서진 작은 자갈 크기의 파편화된 .. 2022. 4. 6.
#19. 타프 설치와 쿠바식 틀밭 마무리 2020.8.24 비 온 뒤 농막을 단장해봅니다 금요일 저녁까지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비의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주말의 날씨예보는 비. 비. 비였다. 기상청을 믿지 못해서 해외 기상청 서비스를 요즘 많이 이용한다던데.. 아내도 뒤질세라 미국과 노르웨이 기상청 정보까지 찾아본다. 토요일 오전에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 월요일까지 쉬는데, 내일 갈까?"라는 이야기도 꺼내보았지만, 아내는 "비 오는 거 생각하면, 과연 갈 수 있을까?" 라며 계획을 틀지 않길 바랐다. 맞는 말이다. 비 온다, 덥다, 습하다 등등의 핑계를 댄다면 일 년에 몇 번이나 가겠는가. 그래 가자. 차에 시동을 걸었다. 고속도로 바닥은 밤이 되어 더 까맣게 비에 젖어 있었다. 양평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비의 기세는 줄.. 2022. 4. 6.
장마가 지나간 자리의 텃밭 2020.8.30 고슬고슬 잘 마른 옷과 부들부들한 수건들이 거실 한 켠에 쏟아져 있다. 여름이라, 건조기를 더 자주 사용할 수 밖엔 없는데, 건조기에서 쏟아져 나온 옷들은 갓 한 빵처럼 따뜻하고 고슬거린다. 아내가 꺼내놓은 옷과 수건을 하나씩 개다 보면 우리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 낡아서 너울거리고 있는 티셔츠의 목과 팔. 티셔츠 한쪽 구석에 생긴 작은 땜빵. 얇을 대로 얇아진 오래된 수건. 닳아서 스타킹이 되어가는 양말 한 짝. 새 옷, 새 수건이라고는 잘 찾아보기도 힘든 빨래 더미를 하나씩 개키며 정리하다 보니, '참. 억척스럽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그래서 우리가 이만큼 일궈낸 거지'하는 생각이 서로 쓰담 쓰담해 주고 있다. 그런 우리 부부가 알지도 못하는 양평이라는 동네에 땅을 마련하여.. 2022. 4. 5.
장마 속의 텃밭 걱정 2020.8.13 무서운 비와 오프라인 CCTV 지난주에는 비도 너무 많이 왔고, 개인적인 일정도 있어서 농막을 가보질 못했다. 1년에 4번만 충전하면 된다던 CCTV는 배터리 방전으로 오프라인 상태가 되었다. 아마도 잦은 비로 인해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자주 작동하면서 배터리 소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아, 슬프다. 매일 볼 수 있던 CCTV를 못 보니,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뿐인가, 양평 커뮤니티와 뉴스를 통해 양평 소식을 들을 때마다 걱정이 앞섰다. 물어 난 물과 무너진 제방. 쓰러진 나무들을 보며, 혹시 우리 농막도 뒷산의 나무가 쓰러져서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닐지, 얼마 안 되는 농작물이 엉망이 되어 있진 않을지 좌불안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잠깐이라도 다녀와봐 마음이 급해진 나는 .. 2022. 4. 5.
#18. 진행사항 중간점검 2020.8.13 장마 속에 농막은? 토지 계약부터 농막 준공까지 대체 얼마나 걸리는 거지? 태풍의 피해 때문인지, 준공 접수 처리 조차 깜깜무소식이다. 계약한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니, 작은 땅에 농막 하나 올려 법적 절차대로 준공을 받기까지 너무나도 긴 시간이 걸린다. 사리가 나올 것 같다. 2019년 11월 - 양평 땅 계약 2020년 1월 - 양평 땅 최종 잔금 2월 - 농막 제작 업체 방문 및 계약 3월 - 개발행위허가를 위해 토목설계. 건축사 사무소 계약. 개발행위허가 접수 4월 - 지하수 관정 업체 계약 5월 - 개발행위허가 승인, 지하수 관정 개발, 정화조 설치, 농막 설치, 전기 설치 6월 - 정화조 브로워 설치, 농막 데크 설치, 정화조 준공검사, 지하수 수질검사 7월 - 지.. 2022. 4. 5.
22년 4월 3일 겨울 동안에.. 양평의 겨울은 꽤 길고 깊고 진하다. 아직, 우리는 이 겨울을 잘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도시 물이 많이 들어서, 아직은 어려운 거지.. 거의 3개월을 쉬었다가 3월에서야 농막에 방문했다. 농막과 주변 땅은 아직 툰드라 지대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웃 농막은 활기가 넘쳤다. 다들 겨울에도 계속 방문했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노동 보호자라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노동을 매우 즐긴다. 일주일 동안 사무실과 집 안에서 각자가 해내야 할 일들을 꾸역꾸역 삐질삐질 해 내다보면, 땅이 그립고, 또 땀이 그립다. 그래서 평소에도 아침저녁으로 틈이 나면 동네 산책을 하는 편이다. 노동도 아니지만, 걷다 보면 느껴지는 몸의 기운이 좋다. 4월이 되어서야 이렇게 노동 일기를 다시 시작.. 2022. 4. 4.